'대륙과 해양에서 세계를 만난 선조들의 조국정신을 복원한다'.
 당쟁과 사화를 본격적으로 다룬 저술로 시작해 다양한 시대와 인물, 사건과 논쟁을 다루며 역사가로서의 통찰과 새로운 역사교양서 집필의 전범을 개척해온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교양 한국사'(휴머니스트 刊·전 3권)을 최근 펴냈다.

 저자는 지난 2003년 8월 '한국사의 대륙성과 해양성의 복원'을 숙제로 품고 펴냈던 '살아있는 한국사'(전 3권)를 고조선사와 백제사를 보강하고 개칭해 이번에 다시 발간했다.
 최근 동아시아 지역을 공유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정치화된 역사충돌이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한국사 통사의 집필과 발행은 이른바 '정설'로 불리는 통념의 눈과 서술체제를 넘어서야 하는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지난 20세기 100년간 일본 민족주의 사관인 황국사관(皇國史觀)과 일제가 남긴 식민사관에 의해 원형을 잃은 한국의 역사는 최근 들어 '동북공정'이라는 중극 민족주의 사관인 중화사관(中華史觀)의 강력한 공격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과연 한국의 역사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인 징검다리에 불과했는지, 중화사관과 황국사관이란 강한 대외팽창적인 역사관을 극복하는 길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 21세기 새로운 한국사 통사가 가진 새로운 상황과 조건이다.

 저자는 “황국사관과 중화사관, 두 사관의 공통점은 한국사의 시간을 단축하고 한국사의 공간을 축소하는 것”이라며 “시간 단축의 한 예는 황국사관처럼 고조선의 역사를 아예 말살해버리거나 중화사관처럼 중국사로 편입시키는 것에서 볼 수 있고, 공간 단축의 예는 한국사의 강역에서 대륙과 해양을 말살시키는 데서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저자는 방어적인 한국사 기술을 넘어 동아시아라는 세계사 속의 한국의 역사와 선조들의 역동적인 대륙성과 해양성의 복원을 이번 저작을 통해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사의 대륙성과 해양성을 되살리는 것이 비단 역사학이라는 한 학문분야에 국한된 과제가 아니라, 해방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하면서 방향을 상실한 우리 사회에 미래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려 후기 이후 비록 활동영역이 한반도로 축소됐지만 우리 민족의 활동무대는 본래 대륙이었고 삼국 수립 이후 해양이었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식민사학의 가시덤불을 제거하고 우리 선조들의 역동적인 대륙성과 해양성의 조국(나라를 세움)정신을 현재에 복원하는 것이 근원적 목표이자 기술의 원칙임을 표명하고 있다. 1권 408쪽·2만원, 2권 332쪽·1만6천원, 3권 376쪽·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