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으로 사회에 귀속되어 일생을 거친다. 그래서 개인은 수준높은 사회에 속하면 그만큼 행복하게 살 기회를 얻게 되지만 반대로 좋지 못한 사회에서 태어난다면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가 잘 되는가 못되는가는 일차적으로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달려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범위를 좁히면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과 불행은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치 지도자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분화되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현대사회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면 바람직한 정치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선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이상사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의 뜻과 힘을 결합시키는 조화의 기술이라고 압축된다. 우리 정치의 현실을 되돌아보면 불행히도 조화와 타협의 기술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차라리 국민의 뜻을 무시하거나 역행하는 정치권의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고 대결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구체적으로 과거 군사정권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가혹한 민의 정치를 해왔고 민주화 이후에는 그 표현방식만 다를 뿐 국민의 여론, 즉 표를 의식해서 국민의 뜻을 피상적으로만 추종하는 또다른 무정부적 정치 폭력을 행사하는 후진적인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요즘 더하다는 생각이다.
최근의 정·관계는 난장판 그대로이다. 정치인을 포함 사회지도층의 도덕성은 말 그대로 땅에 떨어져 있다. 국민들은 의지하고 기댈 곳이 없으며 조화와 타협은 옛말이 됐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장상 총리지명자의 낙마에 이어 새로 임명된 장대환 총리지명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재산형성의혹과 함께 뉴욕대 박사학위 취득과정, 대기업을 압박 40억원대 펀드 조성과정에서의 압력의혹 등이 부각되고 있어 조만간 실시될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질 진실게임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병풍논란이다. 고위층 인사의 자제 수십명이 군입대를 면제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다. 면제의 사유야 어떻든 간에 특권층의 자제들이 군에 안갔다는 점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신당창당을 둘러싼 이합집산도 우리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부패 청산을 위해, 국민의 지지가 떨어진 정당의 개혁을 위해, 권력 독점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 아전인수격으로 명분을 내세우며 이전투구가 한창이다. 확실한 정당의 이념이나 정강정책은 아직까지 없다. 창당을 한 뒤 여론의 추이를 봐서 정당의 노선을 설정하려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는 전후가 뒤바뀐 꼴이어서 눈치정치를 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다.
18년전 자살로 조사됐던 허원근 육군일병의 죽음에 대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발표는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일이다. 허일병은 만취한 하사관에 의해 살해됐으며 이들은 특히 완전범죄를 위해 총에 맞아 쓰러진 허일병의 사체를 폐유류고로 옮기고 다시 총을 두번 쐈다고 하는 내용이다. 과연 우리 군내부에서 있었던 일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실이라면 오래된 과거의 일로 치부하고 그냥 넘기기에는 혐의가 너무 크다. 이는 집단범죄이기 이전에 우리 군 전체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자살로 위장하고 은폐를 지시한 상급자부터 가려내 책임을 물어야 함은 당연하다.
여하튼 우리 정치는 진실이 실종되고 도덕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미래가 불명확한 길을 걷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정치는 타협과 조화가 없고 미래를 향한 정치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정치인이라는 낱말은 마치 부패한 믿지 못할 사람이라는 말과 동일하게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떠오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당사자들은 곰곰이 되새겨 봐야할 때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정치가 가야하는 길은 분명해졌다. 바로 국민이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아 진실성 있고 도덕성 높은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일회성이나 반짝 이벤트로는 이제 국민을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송인호 (논설위원)>송인호>
우리 정치가 가야할 길은
입력 200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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