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이경실씨의 폭행 피해 사건으로 인하여 가정폭력에 대하여 부쩍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이다. 사단법인 수원 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의 상담자료에 의하면 가정폭력 피해유형은 신체적 학대인 구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정서적 학대와 경제적 학대 순으로 언어적 폭력도 신체적 폭력만큼 심각한 상태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직접 상담한 이혼 사건의 당사자는 남편이 술만 마시면 자신을 폭행하는 버릇 때문에 남편이 회식이 있는 날에는 아예 겁이 나서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도록 청바지를 입고 잔다는 사람도 있고, 결혼생활 20년이 넘도록 남편으로부터 들은 말 중 반 이상이 욕지거리와 무시로 가득 찬 폭언인 데다가 생활비마저 주지 않았는데 그런 모멸감에 참다못하여 저항하기라도 하면 바로 주먹이 날아오고 살림을 부수는 등 그 정서적, 신체적, 경제적 학대가 복합적으로 그 당사자를 괴롭혀왔던 사람도 있었다.
이제는 이혼을 하면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받고 그 돈을 밑천으로 조그만 가게를 하시면서 밝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녀가 겪었을 평생의 고통을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가정폭력의 특징은 가정이라는 고유한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패쇄적인 면을 갖는다. 전혀 구타 당하고 살지 않을 것 같은 여성들이 집안에서 당한 폭행사실을 감추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선글라스를 끼거나 목을 가리는 옷을 입는 경우가 있고, 창피함과 수치심 때문에 친구는 물론 친정 식구들에게조차 처음에는 모두 폭행 당한 사실을 숨긴다.
보통 피해자가 폭행사실을 직접 신고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설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대하여도 남편의 보복, 아이들의 장래나 이웃들의 시선, 사회적 지위 등을 생각하여 별일 아니라고 돌려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사회적 분위기도 가정폭력은 가정내의 일이므로 사회가 관여해선 안 된다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어서 그런지 별 개입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가정폭력이 가져오는 폐해를 생각하면 이는 단순히 가정내의 문제가 아니다.
폭력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폭력에 익숙하게 되며, 의도하지 않아도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잊기가 쉽다. 예민한 시절에 형성된 가정폭력의 체험은 제대로 된 여성상과 남성상을 정립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폭력에 충동적일 가능성이 많다.
실례로 부인이 남편을 살해하는 경우, 남편으로부터 시달려온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려 오다가 이를 피하기 위한 절박감에 범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존속살인을 저지른 사람들 중 일부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맞고 사는 어머니를 보고 자라왔었는데 어느 정도 자라서 자신도 아버지에게 대항할 정도로 커버린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또 죽일 것처럼 때리는 광경을 목격하는 경우 어머니를 돕기 위하여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또한 가정폭력은 처음에 단호히 대처하지 않으면 상습적이 되기가 쉽다는 특징을 갖는다. 한번 때리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한번 시작되면 별 죄의식 없이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처음에 폭행을 당했을 때 진단서를 끊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단호한 행동이 가정을 망치는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이니 한번은 용서해주자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단서를 끊고 경찰에 신고한다하더라도 당장 남편이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니고 얼마든지 용서의 길이 있으므로 처음에 결연히 대처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간 가정생활을 지속시킬 수 있다.
특히 가정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의 제정으로 폭력행위의 제지 및 범죄수사나 피해자의 상담소나 의료기관 인도 등의 응급조치를 할 수 있고, 접근금지나 유치장의 유치 등 임시조치도 할 수 있다. 임시조치 이후에는 판사가 보호처분으로서 사회봉사 등의 수강명령이나 치료위탁, 감호위탁 등을 할 수 있다.
보호처분은 일반 형사 벌에 비하면 비교적 가볍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전과와는 다르므로 일반 형사관련법 대신에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위 특례법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아이들 아버지를 전과자로 만든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장미애(변호사)
가정폭력
입력 200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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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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