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왕 선발대회 열지 마세요.”
며칠 전 어느 일간지 사회면의 머릿기사이다. '웬 다산왕?' 하며 필자 나름대로는 개발연대에 우리 농촌에서 흔히 보던 '소나 돼지를 많이 생산하는 농부들에게 주는 상(賞)인가?'하고 상상하면서. 그러나 시선이 그 기사에 머문 순간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남 광주 북구청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들이 주부들의 저출산과 농촌의 인구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출산장려 차원에서 다산왕 선발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가 이를 적절하지 못한 출산장려정책으로 판단, 대회개최의 중지를 권고하는 내용이었다.
개나 돼지도 아닌 사람에게 다산왕 칭호를 붙이다니? 사려 깊지 못한 일부 지자체들의 무성의에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냥 지나쳐버릴 것이 아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는데 벌써 인구감소를 걱정해야 한다니? 그도 그럴 것이 15세에서 49세에 이르는 우리 나라 가임 여성들의 지난해 출산율이 1.3명으로 미국(2.13명), 프랑스(1.89명), 영국(1.64명), 일본(1.33명)보다 현저하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이처럼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100년 이상이나 걸렸는데 비해 우리 나라는 불과 30, 40년만에 선진국수준을 앞질렀다.
더욱 문제인 것은 출산율의 하락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1960년대에 6.0명이던 것이 1980년에는 2.83명으로 급락했고 1990년엔 1.59명, 2000년에는 1.47명, 2001년에는 1.3명으로 떨어져 세계최저수준이다. 출산율이 이런 추세로 계속될 경우 2023년부터 우리 나라의 인구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지하는 바처럼 우리 나라는 자원 빈곤국이자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구대국이다. 인구감소문제와 관련하여 전문가들간에 벌써부터 논쟁이 시작되고 있다.
인구감소를 반기는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로 대한가족협회의 이시백 회장은 “고도기술사회인 21세기에는 '머릿수'가 아니라 노동력 및 기술의 질이 중요하다. 더구나 앞으로 여성들과 외국에서 수입되는 인력의 경제활동 참가가 더욱 늘고 남북이 통일되면 오히려 잉여 노동력이 생길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저출산을 인위적으로 막는 인구정책은 오히려 국가발전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향후의 인구정책은 복지강화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보건사회연구원의 김승권 박사는 “지금과 같은 저출산현상이 계속되면 향후 노동력 및 국방자원의 부족과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부담 증가, 출생성비 불균형에 따른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삼성경제연구원 등은 저출산율 저지를 위해 3자녀 이상의 다출산자에게는 국민주택 등의 우선분양 혜택을 주고, 부양가족공제금액을 크게 확대할 뿐만 아니라 출산수당과 아동수당제를 도입하고 육아 및 교육비에 대한 일정부분을 정부가 부담하는 등 획기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나름대로 충분히 일리가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인구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체출산율은 2.1명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현 수준의 인구규모가 적정수준인가 하는 문제는 가치판단의 문제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세계 최고수준의 높은 이혼율과 낙태의 만연,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태아감별, 아이를 낳지 않고(No kids) 인생을 즐기려는 싱커족(Thinker)과 부모의 저축에 의존하여 기생생활을 즐기는 캥거루족의 증가, 성비 불균형의 급속한 진전, 고령인구의 급증, 인구의 지나친 도시편중에 따른 농촌공동화 가속 등이다. 이제 우리도 인구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이한구(수원대교수·경제학)
웬 다산왕 선발대회
입력 2003-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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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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