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신 5월이다. 해맑은 햇살이 아침 이슬을 품은 잎사귀의 푸르름을 더해주는 5월은 정말 12월중 여왕 같은 달이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이 세상에 아무런 이해타산 없이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응원해 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이다.

그러나 핵가족, 이혼가정의 급증 등의 문제로 점차 이 사회는 가정이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은 부모의 이혼을 현실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방황한다. 반항하고, 나쁜 길로 들어서며, 또 그런 것들로 인하여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도 한다.

굳이 결손가정이 아니라도 요즘의 청소년들은 남의 차나 오토바이를 손쉽게 훔치고, 별 죄책감 없이 지낸다. 한번 교도소에 갔던 아이들 중 50퍼센트 이상이 수개월 이내에 다시 범행을 한다. 이는 우리 나라 교정제도의 잘못도 있겠지만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가 그 원인인 경우도 크다.

소년범을 변호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은 범죄행위를 하거나 경제적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를 중퇴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집안 형편 때문에 학교를 중퇴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거의 스스로 다니기 싫어서 출석일수 부족으로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제도권 내의 학교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부모가 대안학교라든가 직업교육이라든가 하는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를 그만두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그런 경우 대부분 주유소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곤 하지만 대부분 얼마 못 가서 뛰쳐나오게 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아이들도 드물다.

그러다 결국 맞벌이를 하는 부모가 출근한 사이 텅 빈 집안에서 비디오를 빌려보고 뒹굴뒹굴하다가 세월만 보내게 되고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어울려 범죄행위에 휩쓸리는 경우가 너무 많아 안타깝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경우라도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 제자리로 돌아가기가 쉽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해서 아이들이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새 사람을 만드는데 그만한 특효약이 없다.

필자가 변호한 한 소년범도 7번 이상 절도죄로 처벌받은 적이 있어 더 이상 실형을 피할 방법이 없어 보인 경우였지만 부모와 큰형의 진정 어린 관심과 탄원으로 말미암아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처럼 용서받고 그야말로 새 삶으로 돌아가게 된 사례가 있었다.

한편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된 대로 이혼한 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는 초등학생 딸이 생모에게 전화한다는 이유로 친부에게 구타당해 죽은 끔찍한 일이 있었다. 학대하는 부모는 전혀 저항할 수 없는 어린아이에게 다리미나 담뱃불로 지지기도 하고 굶어 죽을 정도로 먹을 것을 주지 않는 등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하기도 한다. 그 어린아이가 받은 상처는 너무나 오래가서 회복하기가 곤란할 정도다.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아이들을 불행에 빠뜨린다.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다. 어른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좋은 장난감을 사준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매일 같이 싸우며 살림을 부수고 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단지 1년에 한 번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더라도 날마다 웃음이 가득하고, 아이들 말에 귀 기울이고, 잠잘 때 기도해주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더 큰 행복이다.

또 유아교육 관련 학자들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부모와 같이 있는 시간이며, 어릴 적부터 부모와 자주 대화하였던 아이들은 커서도 잘못된 길로 들어설 확률이 훨씬 낮다고 한다.

아무리 잘못하더라도, 다른 사람 모두 자신을 비난하더라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신뢰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다. 비바람을 맞아도, 오랜 방황을 마치고 돌아가도 언제라도 갈아입을 산뜻한 옷을 준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그 기쁨을 주는 사람이 친구일 수도, 스승이 될 수도 있지만 제일 큰 행복의 원천은 역시 가족일 것이다.장미애(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