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을 외국에 수출한다니. 노인들이 무슨 상품가치가 있다고?”하며 의아해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일본에서는 노인들을 필리핀 등 외국으로 수출하는 문제를 심각히 고려하고 있단다.

인구학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이상일 때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일 때 고령사회(Aged Society)라 부른다. 이런 사회는 노동인구를 감소시키고 동시에 생산성을 떨어뜨려 경제성장을 둔화시킨다. 반면에 병약하고 생계능력이 없는 노인들이 많아 사회복지 부담을 증가시킴으로써 국가재정을 압박한다.

세계최장수국인 일본은 지금 노인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000년 현재 17%로 이미 고령사회 단계에 진입했다. 고령자 의료비는 전체 31조엔 중 50%를 차지, 건강보험재정에 과부하가 걸렸다. 국민연금의 국고부담비율도 현재 3분의1에서 내년에는 2분의1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공적 연금에도 이미 빨간 신호등이 켜진 것이다.

일본의 미래는 더욱 어둡다. 2050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35%로 현재 수준의 배를 넘을 뿐 아니라 100세 이상의 노인들만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출산율은 2002년 현재 1.33명이나 향후에는 더욱 둔화되어 연간 신생아수는 2001년의 119만4천명에서 2050년에는 66만7천명으로 반감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인구는 2006년 1억2천774만명을 정점으로 이후부터 점차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산율은 감소하는데 노인 수는 늘어 간호사 등 요양요원 60만명을 매년 해외로부터 조달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차제에 시오카와 미사주로 일본 재무성 장관은 “일본 노인들을 필리핀의 실버타운이나 요양소로 보내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는 일본 내 인구분포가 고령화하는 것을 늦추고 해외 이민자들의 일본 유입을 줄일 수 있는 고육책이다. 이 방안이 성사되면 필리핀의 실업문제도 상당 수준 개선되어 일본과 필리핀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의 반대가 없는 한 이 방안은 성사될 것이 확실하다. 얼마나 많은 노인들이 수출대열에 편승할지는 지켜볼 일이나 이 일이 비단 남의 나라 일쯤으로 치부하기엔 마음이 편치 않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2년 현재 7.9%인 377만명으로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는데 2019년에는 14.4%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가임 여성 1명당 평균 자녀수는 1.17명으로 세계최저수준인데 이 비율 또한 더욱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

이로 인해 15~24세의 젊은 노동력인구는 2000년 769만명에서 2020년에는 587만명으로 줄어 노인인구 1명당 생산연령 인구비율도 2002년의 1대9에서 2020년에는 1대4.7에 이를 것이다. 국민연금도 2035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서고 복지비의 고갈도 점쳐진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복제판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닮아 가는 속도가 일본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조만간 생존 그 자체가 크게 위협받을 전망이다.

고령화현상은 가히 세계적이다. 과학기술과 의학의 발달이 초래한 결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고령화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년퇴직제를 폐지하고 고령 노동자들의 취업을 장려할 것을 회원국들에 촉구했다.

미래의 노인들은 이래저래 고단하기만 하다. 특히 전쟁통에 태어나 가난에 허덕이다가 외환위기로 핍박받고 있는 '사오정'과 '오륙도' 세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허리가 꼬부라져도 일만 해야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의 노인들처럼 고향을 등지고 먼 이국 땅에서 임종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든 고향 떠난 지 오래고, 내 님은 소식도 몰라요”라는 어느 유행가 가사 한 구절이 귓전을 맴돈다./이한구(수원대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