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취임 6개월을 맞은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 참여정부는 마땅히 밀월로 지냈어야 할 반년을 아마도 쓴 잔으로 보냈을 것이다. 주요 신문들은 50대 나이의 신임 대통령에게 비난과 야유를 보냈으며 여론조사도 그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올해의 광복절은 1945년 광복후 우리가 경험한 어느 광복절보다도 국민들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서울 시청앞과 종로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들이 동시에 집회를 열었다.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 대외관계가 어떻게 돼야 하는가에 대한 국론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세계적 시대흐름과는 동떨어진 극단적 보혁갈등이 표출되면서 경제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사회분열로 남미형 경제추락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먼저 NEIS도입 문제를 놓고 전교조와 한국교총이 반목양상을 드러냈고 미국 스트라이크 부대 야전 습격으로 인해 일부 청년층이 이른바 젊은 보수 모임을 결성해 한총련과 대립하며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일단 수습은 되었다고 하지만 보수로 대표되는 법관 조직에서조차 대법관 제청방식을 둘러싸고 혁신을 요구하는 소장파 판사들과 이를 거부하는 대법관 사이에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빚기도 하였다.
지난 5월에 이어 전국운송하역노조산하 화물연대의 실력행사와 파업으로 물류대란 사태의 귀추를 지켜 보고있는 많은 국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부안군 핵방사선 폐기물 처리, 국민연금에 대한 반발과 과격한 시위에 대한 대처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이러한 사태가 재발·확산될 것이라고 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개혁 노력은 고사하고 이들의 현안개선 요구조차 등한시해 불법파업 못지않게 비판받아 마땅한 전형적인 '정책실패'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현대차와 같은 주 5일제를 도입하면 우리는 보따리 싸고 해외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IMF외환위기이후 국내기업에서는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에 재직하면 도둑) 등의 신조어가 유행하고, 청년층 취업대란은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비화되고있다.
기업은 신규채용계획이 없거나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어 과거처럼 집중적으로 사원을 채용하던 취업시즌 풍조가 완전히 사라진것 같다.
국민들은 새정부가 출범한 이후 인사, 국정운영시스템 개혁 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료들이 겉으로만 긴박한 행보를 취하는 척한 것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
최근 나라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우리나라가 정말 선진국이 되지 못할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정치 논리 때문이다.
사회통합을 이루려면 우선 모든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주어져야 하고 성장의 과실이 비교적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하고 동시에 경제를 계속 키워가기 위해서는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일이 신명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한 노사관계는 원칙이 공정하고 엄정해야 한다. 부패가 없어져야 하고 법치가 확립되어야 한다.
정치는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해가 대립되는 여러 집단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가 이러한 역할을 못하고 각 이해집단들의 목소리에 우왕좌왕하게 되면 국민 누구도 2만달러를 지향하는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고 사회갈등 구조는 심화될 것이다.
정치가 하루속히 정상화되어 선거제도, 정당제도, 통치구조 등 현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한다. 이해 당사자에게 끌려다니기보다 이들을 적극 설득해 가며 필요한 개혁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경우 우리 경제는 모처럼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새 정부의 국정목표의 하나인 지방분권화와 균형발전 노력은 그만큼 무력해질 수 밖에 없으며 더구나 성장 동원력이 소진되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게 된다면 선진국의 꿈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임수복(연세대교수·행정학박사)
정치개혁해야 선진국된다
입력 200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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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2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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