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사회적 화근인가? 아니면 그저 사회적 화풀이의 대상인가?
 
최근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는 이 물음을 생각하게 한다. 고소득·고학력 부모를 둔 학생, 특히 서울 강남학군 학생들의 서울대 합격률이 월등하단다. 2000년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과 4급 이상의 공무원, 대기업 부장 이상의 고소득 직군의 아버지를 둔 강남학군 학생의 입학률은 일반 계층보다 무려 17배가 높다. 1.5배도 안 되던 85년 상황과 비교하면 학력의 경제적 세습화와 신분화가 매우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대졸인 학생의 입학률을 아버지가 고졸인 학생의 그것과 비교해보자. 2.4배(85년)가 3.3배(90년)로 높아졌고, 다시 3.9배(95년과 2000년)로 점점 높아졌다. 고학력 아버지를 가진 학생의 입학률이 저학력 아버지를 가진 학생의 그것보다 점점 높아지지만 대졸학력이 일반화하는 상황에서 다시 고소득 아버지를 둔 학생의 서울대 입학률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또 전업주부 어머니를 둔 학생이 맞벌이 가정의 경우보다 많고, 격차 또한 벌어지고 있다. 85년에는 전업주부 대 취업주부 자녀의 비율이 3.5배정도 였다면, 2000년에는 4배로 높아졌다. 아버지 소득에 따른 격차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이지만, 전업주부 가정이 아버지 소득이 높고 그 주부들이 자녀교육에 신경을 더 많이 쓴다는 결론이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고서를 낸 서울대뿐 아니라 서울의 메이저 신문들도 그런 평준화가 학력 세습화를 불러왔다고 편향 보도했다. 평소에도 기회만 있으면 평준화 해제를 요구했던 바로 그 매체들이다. 필자도 평준화를 총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부분적으로 수정할 여지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일부 매체들이 주장하듯이 평준화를 총체적으로 해제하자는 말은 맹목적이다. 평준화 자체가 그런 학력세습을 불러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인할 수 없는 사회적인 원인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입시서열 및 학벌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젊은이들은 취업 자체가 힘든 것이 사회문제라고 호소하고 미국 젊은이들은 인종차별을 꼽는 반면, 한국 청소년들은 학벌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기는 판이다. 이런 형국에서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앞장서서 평준화 해제를 주장하고 있고 메이저 언론의 간부급 인사들이 거기에 맞장구를 치는 상황이니 얼마나 본말이 전도된 상황인가?
 
물론 최근에는 서울대 신화가 조금씩 깨지고 있기는 하다. 과거 같으면 서울대 인문·사회·자연대에 진학했을 학생들이 이제는 ‘거기’가지 않는다. 대학서열을 과감하게 무시하면서 다른 대학, 심지어 지방 대학의 의대와 한의대에 진학하고 편입하는 판이니까. 그러니 서울대를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만히 놔두어도 그 공룡은 과거의 특권을 상실할 것이고 저절로 퇴화하지 않겠느냐고 느긋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다.
 
대학서열문제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책임은 고치지 않고 고교평준화에 책임을 전가하는 이번 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서울대 카르텔’은 전반적인 사회개혁과 교육개혁 차원에서 기득권만 고수한 채 개혁을 거부하는 세력의 핵심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고소득자의 소득을 투명하게 파악해서 징세하고, 그 수입을 약한 계층을 위한 복지에 사용하는 문제가 서울대 문제보다 클 수가 있고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형식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다름 아닌 학력을 세습하려는 고소득층이 바로 그런 조세개혁조차 거부하는 게 현실 아닌가? 이런 점에서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는 서울대는 사회적 화근이 되기를 자초하는 듯하다. 그리고 사회갈등의 큰 몫이 교육문제에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거기에 화풀이를 하도록 또 자초하는 셈이다. /김진석(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