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바틀러가 “이제 기업은 조직 인간 시대에서 1인 기업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이래 기업 내부에는 많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종업원들에게 성과급을 주기도 하고 근무조건을 계약직으로 하기도 하고 필요한 사람을 외부 파견형태로 받기도 한다. 글자 그대로 자기가 스스로 하나의 기업임을 느끼게 하고 있다. 어느 기업은 공장 기계마다 담당 직원들에게 불하(拂下)를 주고 스스로 책임지고 생산하고 그 수익을 본사와 공유하는 사내 동업시스템도 활용하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고 생존력을 키우기 위해 기업 쪽에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종업원 자신에게도 기업가 정신을 키우고 근로소득 대신 자본소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극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1인 시스템은 이제 공급자에서 수요자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집단화하고 동조화 하던 시장 역시 개별 참가자의 욕구와 주문을 개별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대중 속에 들어있는 1인 시장(Market of One)을 찾아 대량 공급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량 주문 시대(Mass Customization)가 돌아왔음을 주장하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거대한 하나의 시장틀 속에서도 소비자들은 나만의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 개별적으로 소비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사소한 요구라도 제대로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큰 시장이 존재하게 된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요즘 수도권을 필두로 한 4년제 대학들이 정원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80년대 마구잡이로 설립된 후유증이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입학생을 받고 보니 강원도의 한 대학은 정원의 절반도 다 채우지 못해 급기야 정부는 사립대학들의 퇴출을 허용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지방의 몇몇 국립대학들도 통합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대학사회는 이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형국이다.
 
지금 대학이 고민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대학 사회를 1인 시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 개개인의 면학 욕구를 개별적으로 최대한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어찌 성인인 대학생들의 면학과 연구방향이 하나로 정해질 수 있겠는가. 한 강의실에서 한 교수의 미리 정해진 교재로 많게는 수 백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 형태로는 우리는 1인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수도권 대학들은 수업 시간 이외에는 교수와 학생들이 만날 길이 없다. 수업을 마치자 마자 서로 서울로 돌아가기 바쁘니까. 하지만 1인 시장이 존재해야 1인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취업이 잘 안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학이 지금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1인 시장 체제로 가르치지 못하고 집단포장 시스템으로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수도권 대학은 학생들과 교수가 대학 사회에 상주하는 대학타운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물만 덩그렇게 놓여진 대학은 이제 갈곳이 없다. 그런 대학이 수도권에 많이 있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으며 지역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1인 시장의 문제는 비단 대학뿐만이 아니라 언론 지방 정부 할 것 없이 모두 받아 들여야할 시대의 과제이다. 미국에는 '팜 저널'이라는 농업 신문이 있는데 100만부가 넘는 이 신문은 60%의 기사는 공통기사로 가고 40%는 독자군을 관심사위주로 나누어 기사를 그들 취향에 맞게 별도로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그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조화가 필요한 것이다. 미국의 지방 정부들도 수익자 부담원칙이나 민영화 등의 방법으로 집단 행정 서비스의 공급을 줄이고 주민들의 개별적 행정수요에 대처하고 있다.
 
교육, 경제, 행정, 문화 등 여러면에서 마치 서울의 아류인양 여겨지는 수도권은 이제 1인 시장의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실질적으로 받아들여 우리나라의 변화를 이끄는 견인차로 나설 때라고 본다. /엄길청(경기대 경영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