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정부와 기업이 부쩍 “상생의 경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함으로써 우리 사회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기업이 이를테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살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소유·지배구조가 선진 기업들에 견주어볼 때 낙후되어 있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책임성·신뢰성이 낮은 등 노사 상생의 문화가 자리잡기 어려운 조건들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처럼 기업의 접대문화가 깊이 배어있는 나라가 드물다. 그 원인을 한국 자본주의 이행이 일제 식민지라는 기형적인 방식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조선사회 양반 관료 출신의 조선인 기업 경영인들이 다른 조선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보장받는 수단으로 일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과도한 접대를 하는 행태로 우리나라 기업 경영이 출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고관대작 출신의 기업 경영자들은 자신의 집에 일본 사람들을 접대하기 위해 호화로운 시설을 갖추고 거의 매일 연회를 열기도 했다.
 
기업의 민주성은 노동자들이 소유와 경영에 여러가지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그룹처럼 노동이 직접 자본을 통제하는 아주 높은 수준에서부터 우리나라 한 대형 조선회사처럼 노동조합 대표가 경영회의에 참가하는 초보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기업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참여 경영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경영 참여를 도입한 기업들의 공통적인 성과는 높은 민주성을 구현하면서도 경영 효율성이 뒤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여 경영은 우선 노사갈등을 해소한다. 노사관계는 상호의존과 대립의 모순된 두 측면이 있는데, 노동자의 경영 참여 사례들은 노동과 자본간의 상호 침투가 활발히 일어나 상호대립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80~90년대에 일본 기업들이 기술 혁신에 성공한 이유는 작업과정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재량권이 많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뉴패러다임센터'를 통해 올해에 참여 경영의 대표적 모델인 '유한킴벌리'식 경영을 40개 기업 정도에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방식이 외견상으로는 4조 2교대 근무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참여와 학습을 통한 혁신 시스템이다. 인력에는 변화가 없지만 기술 발달이나 설비 고도화로 없어질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창조나 다름없다.
 
중소기업에서는 '유한킴벌리'식 경영 모델을 배워 적용하겠다는 기업들이 유행처럼 많이 생기고 있지만, 재벌 대기업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내세우며 도입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재벌 기업들도 이러한 상생의 모델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참여 경영이 불가피한 선택인데다, 무엇보다 강력한 성공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 안에서도 한꺼번에 혁신 체제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먼저 대전공장에서 시작한 뒤 8개 사업부문에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다양한 상생의 모델들을 염두에 두고, 각 이해관계자들이 열린 자세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하종강(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