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가 그야말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올해 초 우리 정부가 호언하던 경기회복 전망은 더 이상 강변하기 어려운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1천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11월중 중소기업 경기전망'에 따르면 11월중 중소제조업 업황전망 건강도지수(SBHI)는 83.5를 기록해 지난달(87.6)에 비해서도 큰폭으로 떨어졌으며 지난 2002년 11월 이후 23개월 연속 100 이하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및 트레일러(100.0)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에서 기준치에 못미쳤는데 항목별로도 생산(86.8) 내수(84.0) 수출(86.2) 경상이익(77.8) 자금조달사정(79.0)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전달보다 하락한 가운데 판매부진에 따른 유휴설비 증가와 재고누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소기업의 이같은 현실은 곧 우리 서민들의 고단하고 힘겨운 삶의 주름살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흔히 불황의 거울이라고 하는 경매시장에서 요즘 반토막 낙찰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또 하나의 서민의 늪은 음식점에서 발견된다. 한국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말까지 전국에서 휴·폐업한 음식점은 15만여개에 달하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20만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광우병 조류독감 파동으로 음식점이 대거 문을 닫았던 지난해 17만여개에 비해서도 훨씬 많은 규모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장사가 안되면 점포를 다른 주인에게 넘기거나 차선책으로 업종 전환을 할 수 있지만 상권이 좁은 지방에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건물주와 임차인간 갈등이 심각하다. 그러다보니 음식점 주인이 빚을 감당하지 못해 명의변경이나 폐업신고도 하지 않은 채 야반도주한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나라안의 사정이 이러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경제가 내년 초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해 주목된다. “한국내 대기업의 수익률이 높고, 은행시스템이 건전하며 최근 몇 년간 정부의 개입정도가 줄어들면서 시장에 의한 경제활동이 가능해지고 있는데다 민간부문의 활동을 위한 전반적인 틀도 건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들은 또 “한국경제는 경기호황과 급속한 신용증가 시기를 거친 후에 조정기를 겪고 있다”면서 “경기 호황기에 과도하게 누적된 가계부채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했고 그 결과 가계부문은 소비를 줄여 부채수준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포함한 정부정책들이 경기회복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말 IMF의 말대로 우리경제가 내년초부터 회복된다면 그냥 그대로 믿고 싶다.
 
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라면 기업이나 가계 어디에서도 회복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은 정부의 역할이다. 이 즈음에 정부가 '명칭 공모'까지 벌이며 준비중인 새해 경기부양책이 연기금 등 민간자본 7조∼8조원을 생활기반시설 투자 등에 동원한다는 방향으로 밑그림을 드러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공항 항만 등 상당부문의 사회간접자본(SOC)은 이미 '과잉'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뉴딜 사업 분야는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듯 주로 생활기반시설에 집중돼 있어서 학교 수영장, 아동보육시설, 노인요양시설, 의료보건시설, 공공임대주택 등을 '한국판 뉴딜'의 돌파구로 찾아낸 셈이다.
 
정부는 일단 뉴딜사업 재원으로 재정보다는 연기금 등 민자 동원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보다 바람직한 것은 정부가 뉴딜 사업을 벌이더라도 궁극적인 초점은 기업활력 회복에 맞춰야 한다. 어느 경우라도 기업을 중심에 놓지 않고선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성장기반의 복원은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 그들에게 힘을 실어 줄 때이다. /엄길청(경기대교수·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