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부터 빈곤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작년 12월 대구시 불로동에서 발생한 4세 남아의 아사문제는 우리 사회의 사회보장제도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불안정한 소득과 자녀의 선천성 질환으로 생활고를 겪던 차상위 가구가 자녀의 사망을 방치하게 된 위기상황에 복지전달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불안전한 가구 소득에 대비한 차상위 가정 발굴,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의료비 지원대책, 모친의 정신질환 의심문제 대처로서 지역 정신보건사업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가정에 대한 안전망 문제 등 다양한 제도적 보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위기가정 지원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세워지기 전에 연초부터 결식아동 도시락 문제가 발생하였다. 서귀포, 군산 등 여러 곳에서 동시에 도시락의 질을 비롯하여 빈곤가정 아동에 대한 도시락 지원의 미비점이 불거졌다. 2005년부터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의 예산 대다수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전되었다. 이에 위기가정 대처 등 기본적 서비스 제공의 상당부분이 지방정부의 책임이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지방정부 중심의 복지서비스 체계 정립이 미흡한 만큼,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전히 중앙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현 정부 정책의 화두는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2만달러 시대’에서 최근에는 ‘사회적 양극화해소와 동반성장’으로 전환되었다. 슬로건만으로는 정책이 지향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길이 없으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가난한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양극화되고 있는 사회를 양 자가 함께 성장하는 동반성장의 사회로 만들겠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동반성장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기한 이러한 식의 사회문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책들이 보완되어야 하겠지만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의 정책개선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 위기가정 발견 및 응급지원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보다 경제력이 더 낮은 과거에는 친척 이웃 등 비공식 원조망이 어느 정도 작동하여 사각지대에서 외롭게 목숨을 잃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사회전체의 경제적 수준은 지금 보다 더 낮았고 공식적인 사회적 안정망은 약했지만, 이웃의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어 이러한 식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의 경제적 부는 늘어났지만 그것이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고, 공동체 정신에 기반한 민간 사회적 안전망이 느슨해 져, 그 결과 국가의 공식적 지원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응급상황이 일어났을 때 대응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물론 공공의 지원시스템이 갖추어진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문제를 공공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과거보다 느슨해졌지만 지역사회내 다양한 민간자원들이 동시에 투입되어야 한다. 즉 우리 사회에서 읽어버린 공동체를 다시 찾아야 한다.
 
둘째,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사회보장 전달체계가 완비되어야 한다. 공공은 물론이고 민간이 제공하는 사회자원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최종 서비스 필요자에게 제공되는 과정이 갖추어져 있지 않거나, 전달체계가 중복, 누락된다면 중간에서 낭비되거나 서비스의 중복, 누락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중앙에서부터 최종 서비스 소비자에게 일관된 전달체계가 갖추어 지는 것이 위기시의 가정은 물론이고 우리사회 사회적 약자들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는데 최소한의 장치가 될 것이다. /이인재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