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택시장이 예상보다 강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 주택가격에 거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업계가 방만한 투자로 금융시장에 위기를 몰고올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신규 주택착공 건수는 전달 대비 4.7% 늘어난 215만9천채(연율 기준)로 2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가격 역시 강세를 유지, 미국의 평균적인 단독주택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8.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집값상승이 거품단계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잇따르는데도 투기바람은 식을 줄 모른다.
 
뉴욕타임스 등에서는 최근들어 “투기열풍이 미국 주택시장을 휩쓸고 있다”, “25%가량의 주택구입은 투기용이다”라는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경기회복을 위해 지난해봄까지 몇 년 동안 기준금리를 50년이래의 최저금리인 1%로 유지했고,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자가 없는 공돈들이 풀려나갔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을 계속하면서 모기지 금리까지 상승하고 있어 부동산 투자의 위험부담은 커지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 주요도시의 자산가치 하락과 손실 위험으로 경제에 미칠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의 양대 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부동산시장 역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팽창에다 위안화 평가절상을 노린 투기성 자금까지 투기에 가세해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인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역의 주택 분양가는 2003년 대비 14.4%나 오르는 등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 당국은 이같은 부동산 과열경기를 잡기 위해 주택구입자금 대출 조건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덧붙여 불과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침체에 빠졌던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도 2005년 들어 이같은 세계 부동산 시세 상승에 동조하면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일부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은 당국으로 하여금 새로운 규제 가능성을 검토하기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경제회생에 꼭 필요한 기업의 설비투자나 공장신설 등이 부동산 가격 급등에 몰려 막히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기업도시, 행정복합도시, 레저타운 건설 등으로 전국에 걸쳐 토지 값이 전반적으로 뛰면서 제조업공장들이 높은 땅값을 견디다 못해 밀려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표적인 제조업공장들은 수출호조 등으로 공장을 확장해야 하지만 토지보상비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의 경우 인근에 한국국제전시장(KINTEX)이 들어서면서 1천여개의 중소기업들이 밀려날 처지에 놓였다.
 
관계자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로 대체공단 조성도 안되기 때문에 중소공장들은 갈수록 소비자에게서 멀고 도로 공업용수 전기시설 등이 열악한 산간오지나 중국 베트남 등지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부권도 마찬가지다. 충남 아산시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가 한 곳만 들어서면 인근 땅값이 평당 100만원 이상 폭등한다”면서 “땅값이 일시 폭등하면 임대공장들은 밀려나고 그 자리를 아파트나 모텔 상가 등이 메운다”고 전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투자의 확대이고 이를 통한 성장과 고용의 증대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기업투자를 막는 전국적인 부동산 과열을 즉각 진정시켜야 한다. /엄길청교수(경기대교수·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