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그릇 같은 부동산시장
입력 2005-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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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8월 31일 오전 ‘서민주거 안정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제도 개혁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부동산종합대책 최종안은 주택투기 차단을 위한 세제 강화방안으로 그동안 알려져온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강도 높은 토지투기 차단책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또 서울 강남의 재건축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대부분 강북에 몰려있는 재개발 규제는 대폭 풀어 40층 이상 초고층 재개발 아파트 건축이 가능토록 하는 등 강북을 띄우기 위한 각종 대책도 나왔다. 부동산대책 확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원활한 수도권 주택 및 택지 공급을 위해 연간 900만평씩 5년간 4천500만평을 개발, 150만가구를 건설키로 하고 이중 41만5천가구 가량은 중대형 아파트로 건설하기로 했다. 뉴타운 등 광역적 공공개발이 추진되는 재개발 사업지역에 대해서는 소형아파트(전용 85㎡이하) 건설 의무비율을 현행 80%에서 60% 이상으로 낮추고 사업시행자 지정요건을 주민동의 3분의 2이상에서 2분의 1로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서민들을 위해 주택구입,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최고 1.0%포인트 내리고 무주택자의 비투기지역내 25.7평이하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모기지보험’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부동산대책은 그동안 부진한 경기흐름속에서도 일부 여유계층을 중심으로 특정 지역군을 둘러싸고 가격을 급등시켜 경제성장의 체질약화는 물론 불로소득에 의한 빈부격차 확대와 계층간의 위화감을 초래했던 부동산 경기의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우려를 떨칠 수 없는 것은 향후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냉각되거나 위축되어 다시 민생을 압박하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하겠는가.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뜨겁게 오를때는 마치 이대로 폭발이라도 할것처럼 과열국면에 빠졌다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 백약이 무효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일단 부동산 경기의 동시 과열과 인플레 압력을 낮추기 위해 고금리 기조로 접어 들었다. 그리고 여기에다 미국 멕시코만을 강타한 허리케인 여파로 사상 최고의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다. 이 두가지 요인은 머지 않아 세계 경제의 수요위축과 경기후퇴를 암시하고 있다. 우리 역시 그때는 또한번 밖으로부터의 경기하락 압박을 받게 될 것이고, 그것은 결국 국내 자산시장의 버블논쟁으로 번질수 있다. 만일 상황이 이렇게 되면 이번의 대책으로 휘청거리는 부동산시장은 일순간에 빈사사태에 빠질수 있다. 부동산시장을 장기적으로 보아도 걱정은 적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1950~196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의 정년퇴직이 본격화되는 2015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체가계자산의 17%(2001년 기준)를 차지하는 금융자산 비중이 앞으로도 유지될 경우 고령 인구증가 등으로 1인당 금융자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자산이란 가계가 보유한 자산중에서 부동산을 제외한 예금, 주식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어 금융자산 부족분을 보완해줄 국민연금도 고령화로 인한 재정악화로 1인당 수령 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고령인구의 소득보전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이렇게 되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매물로 나오면서 장기 하락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은 그래서 당면과제에 대한 유연성과 장기전략의 균형 감각이 매우 중요하며, 특히 부동산이나 증권시장 같은 자산시장 정책은 더욱 그러하다.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아직 우리 부동산시장이나 증시는 사람으로 치면 어린아이에 불과하고, 그릇으로 치면 유리그릇에 불과해 내어놓기가 두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작금의 현실로는 이번 조치가 불가피한 면이 있겠지만, 이후 부동산시장의 지나친 냉각조짐은 없는지 한시라도 눈을 떼지 말아야 하겠다./ 엄길청(경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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