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내게 이런 자녀를 주옵소서”라는 기도문은 유명하다. 자녀들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 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약할 때에 자기를 돌아 볼 줄 아는 여유와/ 두려울 때에 자신을 잃지 않는 대담성을 가지고/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한 자녀를 내게 주옵소서/ (중략) /그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로 인도하지 마옵시고/ 고난과 도전에 직면하여 분투 항거할 줄 알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푹풍우 속에선 용감히 싸울 줄 알고/ 패자를 관용할 줄 알도록 가르쳐 주옵소서(생략)'.
맥아더장군에 대하여는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수호한 자유의 투사로 여기는 사람과 전쟁중독자로 평가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다. 그가 어떻게 평가되든지 간에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자식을 사랑할 줄 아는 아버지였다. 자녀에게 존경받는 아버지였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있고 올해가 첫 번째인 입양의 날도 있다. 이러한 날들은 1회성 행사로 가볍게 지나가 버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람만들기'의 저자인 버지니아 사티어(Satir, 1991)는 가정을 '사람 만드는 공장'에 비유하고 있다. 순기능의 가정과 역기능의 가정에 비유하면서, 순기능의 가정은 가족이 맡은바 기능과 역할을 잘해 자녀들이 자존심 높고 건강하게 성장하며, 역기능의 가정은 문제아로 성장한다고 비유한다. 문제아는 아이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한 가정상담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역기능을 띤 가정이 60%에 달한다. 어떤 공장의 생산품중 60%가 불량이면 그 공장의 문은 닫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손해를 볼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아버지와 자녀의 대화시간은 하루 평균 37초, 부부간의 대화시간이 24분이라는 연구조사 발표도 있다.
청소년의 51.9%가 자살을 생각해 봤고 남학생은 93%, 여학생은 87%가 가출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가출 청소년이 매년 1만명이상이며 그중 85%가 유흥향락업소에 종사하고 있다. 미혼모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으며 49%가 19세미만이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 형성할 우리사회의 심각성은 너무 깊다.
이는 가정의 문제이고, 가정의 문제는 아버지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우리 아버지들의 자녀사랑은 경제적인 의무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현대사회의 남자들은 일중심으로 살아간다. 일중심의 문화는 출세 지향적인 성향과 맞물리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잘못된 음주문화로 이어지는 성향이 있다. 그로 인해 가족간 긴장감 조성으로 인격적인 관계가 파괴된다. 또한 낚시 과부, 골프 과부란 말은 가족과의 대화 단절을 의미한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자녀들은 고아 아닌 고아로 살아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판사가 재판을 하던 중, 피고인의 얼굴을 보니 자기가 그렇게 존경했던 훌륭한 법조인의 아들이었다. “당신 누구의 아들 아닙니까?” 물었더니, “네, 저는 그분의 아들입니다. 그 분은 제가 필요할 때, 곁에 없으셨습니다.” “제가 무슨 일이 있어 아버지에게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하면, 아버지는 책을 읽고 계셨습니다. 사춘기시절, 제가 방황할 때 아버지에게 드릴 말씀이 있어요 했지만, 아빤 지금 매우 중요한 판례를 읽고 있단다 했지요. 그래서 더 이상 아버지 방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필요할 때 제 곁엔 안 계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다. 아내나 자녀가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야 건강한 가정이 된다. 맥아더장군의 기도문은 부(富)나 명성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자녀에게 부나 명성을 물려주면 아버지의 역할을 다했다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자녀들에게 아버지가 필요할 때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자녀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도 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남성들은 진정한 아버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가정의 달이 됐으면 한다.
/신 언 항(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
자녀는 아버지 등을 보고 자란다
입력 2006-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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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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