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전국의 균형발전을 기한다는 명분으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하였다. 국토를 수도권·비수도권으로 가르고, 수도권은 균형발전의 대상인 '지방'에서 제외하였다. 그리하여 수도권에서 낸 세금도 포함된 5조원의 특별회계까지 두어 수도권내 공공기관·민간기업·대학 등을 비수도권으로 옮기겠다고 한다. 그리고 수도권정비계획법 외에 군사시설 보호법 등 중첩 규제로 낙후되어 있는 경기북부지역과 상수원보호구역에 포함되어 개발할래야 할 수 없는 경기동부지역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즉 경기도라는 이유로 지원은 커녕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역차별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런 법안의 취지는 수도권은 좋은 여건에 있으므로 더 이상 지역개발에 도움이 되는 시설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묶어놓고 다른 지역으로 유도하여 전국을 균형되게 개발하자는 것이다. 과연 문제를 이렇게 보는 관(觀)과 접근법이 타당할까?

생각해보면 어떤 지역이든 인위적으로 일부를 막고서 다른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폐쇄적인 접근은 우리의 기본체제인 시장경제와는 맞지 않는, 즉 전제가 잘못된 논리다. 시장경제는 개방을 통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용함으로써 서로간에 치열한 경쟁을 통해 효율을 살리는 제도다. 시장경제 하에서는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 근본원리다. 그러므로 지역간의 격차해소도 시장경제의 원리와 이치를 따르면서 해야 한다. 즉 행정구역이 경기도면 금지이고 도로 하나 건너인 강원도나 충북은 아무런 제한이 없는 식은 잘못이고, 수도권에 위치할 이유가 충분해도 대기업은 안되고 중소기업은 된다는 것도 잘못이다. 수도권에 입지하려면 높은 지가와 고임금 등 고비용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있다. '이 같은 고비용을 물고서라도 수도권에 위치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하는 기업은 이를 허용해주어야 시장경제이고 합리적인 제도다. 어느 곳에 투자함으로써 세계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가는 생리적으로 기업이 가장 잘 안다. 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해주라는 ‘황금율’(黃金律)이 여기에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에게 선택권을 주고 투자자에게 결정권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제는 국내 지역간의 경쟁이 아니라, 국제 지역간의 경쟁인 상황에서 한 지역을 막아놓고 다른 쪽을 발전시킨다는 논리는 실효성을 얻기도 어렵다. 우주선에서 보면 경기도와 경상도가 아무런 의미가 없듯이 지금의 경쟁 상대는 경기도와 경상도가 아니다. 고급두뇌와 2천만 소비시장을 가진 서울·경기 일원이냐, 시장확대 가능성이 큰 베이징이냐, 아니면 체류에 불편이 가장 적으면서도 국제 금융의 집적지인 싱가포르냐의 비교를 통해 이동 선택하는 상황이다. 국내 팀간의 축구시합이라면 지방팀의 균형 발전도 필요하므로 수도권의 선수를 몇 명으로 제한하고, 지방팀에서 몇 명을 강제 할당하여 출전시키는 것도 필요할지 모르지만, 월드컵대회에서 국내 지역의 균형을 고려하여 고루 선수를 뽑아 출전시킨다면 그 감독은 멍청이로 당장 집중포화를 맞고 퇴장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내 지역간의 비교우위에서 투자를 결정했던 70~80년대라면 몰라도 국경 없이 넘나들며 투자하는 오늘의 지구촌 경제하에서는 균형발전 논리로 일부 지역을 막는다는 발상은 잘못되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균형발전특별법안은 철회되어야 하고, 차제에 균형발전 논리는 근본적으로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백성운(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전 경기도 행정부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