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에서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평상시에 대통령과 정부, 각 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그것은 재보궐 선거와 여론조사로서 정치관련 여론조사는 1824년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에 앞서 모의 투표형식으로 시행한 것이 시초다.
 모의투표는 19세기 말 이래 성행해 오다가 1916년부터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지(誌)가 20여년간 주도적으로 시행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의 F D 루스벨트와 공화당의 A M 랜든이 대결한 1939년 대선 직전 250여만명의 모의투표를 실시한 이 잡지는 랜든 후보의 당선을 잘못 예측했다.

 반면 갤럽, 포춘 서베이 등 신흥 조사기관들은 객관적인 설문과 문의대상(母集團)을 성별, 연령별, 직업별 등으로 구분하는 과학적 방법의 조사로 루스벨트의 재선을 정확하게 맞춰 관심을 모았다.
 이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정당들은 여론조사를 수시로 실시했고 파악된 민의는 국정과 의정활동에 반영해 오고 있다.

 대부분의 대통령들은 인기 하락을 막으려고 대국민 선심과 업적 과시 등 포퓰리즘을 자주 활용하나 포퓰리즘은 캠플주사와 같아 약효의 지속성이 짧다. 반면에 트루먼과 같은 인물은 역사의 심판이 진짜 평가라며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2차대전 이래 미국의 대통령들 중에서 지지율이 낮았던 인물로는 트루먼 외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부도덕성을 드러낸 닉슨, 무능으로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카터, 그리고 걸프전 승리에 도취되어 경기 침체를 방치했던 부시 전 대통령 등이 꼽힌다.
 과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초 85~90%의 높은 지지율을 받았으나 후반에 경제위기, 경제난과 아들·측근들의 부정비리로 10~20%선으로 곤두박질하고 말았다.

 올 들어 계속 떨어졌던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 우리당의 지지율은 4·30 재보선의 전패에 이은 10·26 선거의 잇단 전패를 계기로 30%선과 20% 선으로 추락했다. 이런 상황속에 노무현 정부를 두고 일부 참모들은 대통령 추켜세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한 지식인은 '건달정부'라고 직격탄을 날려 국민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지지율 추락의 원인에 대해 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은 지난주 10가지를 들었는데 그중 7가지가 노 대통령에 관련된 것이어서 흥미롭다.
 즉, 민생 경제가 매우 어려운 것,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지나치게 강조해 고집스런 이미지를 풍기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문제다. 정부가 비전 제시를 제대로 못한다. 대통령이 권력기관을 중립화해 '약한 정부'의 이미지를 자초했다. 강정구 사건 등 이념공방으로 피해를 봤다. 당정이 언론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청와대의 미온적인 인적 쇄신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 이상 더 무슨 지적이 필요하겠는가. 10·26 재보선에서 참패 후 상당수 여당의원들이 대통령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자 노 대통령은 “이런 위기를 한두번 겪은게 아니다”라며 애써 태연해 하면서 내년초에 일련의 수습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아무리 정기국회중이라 하지만 민심은 속을 태우고 있는데 과연 그때까지 시간을 끌 필요가 있을까. 하루라도 빨리 탈 코드인사, 경제와 민생살리기, 청와대 재편 그리고 마음을 열어 모두를 끌어안는 통합적 당정 쇄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재보선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의·민심을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민심을 바르게 읽지 못할 경우 뒤에 오는 것은 실패 뿐이다.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