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티즌들 사이에 검색단어 1위는 단연 '한국 축구' 또는 '코엘류'다. 뜨거운 불에 달궈진 냄비처럼 너나없이 한마디씩 던져 시끌시끌하다.

모두들 추락하고 있는 한국 축구를 걱정하는 목소리다. 아시안컵 예선에서 우리보다 한수 아니 두수 정도나 아래인 베트남과 오만에 연패를 당했다.
극심한 득점력 빈곤, 수비 불안, 집중력 부족, 나태한 선수, 카리스마 없는 감독 등. 열성 팬들이 쏟아내는 비난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틀린 부분은 하나도 없다.

이처럼 일이 터지고 문제가 생기면 누군가 그 책임을 지게된다.

정치나 스포츠나 마찬가지. 스포츠에선 감독이 그 중심에 선다. 대통령처럼 재신임을 자청할 입장도 아니다.

이에 선수와 협회 그리고 감독에 대한 찬반 격론이 한바탕 벌어진 결과 신중론 의견이 우세, 코엘류 감독의 즉각적인 퇴진은 백지화 됐다.

경질 논의가 한풀 꺾이면서 그는 일단 11월18일 불가리아와의 친선 경기와 곧이은 12월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는 대표팀 사령탑 지휘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기간이 2004년 8월 아시안컵까지인 그는 아시안컵 우승을 통해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한국팀을 이끌 개인적인 야망을 갖고있다.

그러나 올 연말까지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경질 논의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심판의 편파 판정, 현지인의 일방적인 응원,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운 날씨에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은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만이 이번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다. 더욱이 일만 터지면 '감독 탓'으로 몰아붙이는 여론의 책임도 무시할수 없다.

감독이나 선수의 탓만도 아니고 나몰라라한 협회의 무능력만도 아니다.

지난해 월드컵 4강이후 한국 축구를 살펴보면 오만과 자만심에 빠져있는 것을 알수 있다. 상대팀에 대한 분석도, 대표팀의 미래에 대비한 대책도 없이 무조건적인 총체적 낙관론만 팽배해 있는 것이다.

'월드컵 4강까지 오른 한국 축구가 어떻게 동네 축구 수준인 3류팀들에게 질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혹자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 4강을 말할때 꼭 '신화'라는 말을 함께 붙인다. 축구공은 둥굴다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간단한 이치를 잠시 잊은 것이다.

국민 영웅 거스 히딩크도 출발은 불안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그가 만들어 낸 한편의 드라마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감동적인 작품에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뭉클하다.

이제 우리는 또다른 드라마를 지켜 보고있다. 이제 시작이다. 성급한 결론은 금물이다. 역시 그를 믿고 참고 기다리자. 그는 분명 검증을 통해 영입된 준비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더이상 신화같은 승리에 단순히 기뻐하고 어이없는 패배에 낙심하는 초보적인 단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극복해야 축구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것이다.

한국축구, 이제는 월드컵 4강의 오만을 하루속히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때다. /김형권(문체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