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을 마감하는 시간이다. 희망의 꿈을 안고 계미년을 맞았던 많은 이들은 이제 한해의 끝자락에서 나름대로 마무리를 하며 지난 1년을 돌아본다. 새해의 희망을 꿈꾸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계미년을 차분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천에서도 올 한해 참으로 감동적이고 벅찬 순간들을 경험했다. 인천은 국가생존전략 중 하나인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중추도시로서는 물론 세계속의 도시로 비상하는 날개를 단 한해였다.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을 통해 국제적인 관문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인천은 외국의 유수기업 유치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등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높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있다.

올 한해 인천이 외쳐 온 동북아 중심도시 건설은 비단 물류중심이나 비즈니스센터, 테마파크 등의 건설만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엔 지역의 정체성을 지닌 문화에서부터 생활에 이르기까지 시민 삶의 질 전반에 대한 개선을 의미한다. 그래야만 정부가 내세우는 동북아 관문도시로서, 또 세계적인 도시로서 그 역할을 최대한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도 이를 수행하기 위해 연초부터 대규모 외자유치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는 한편 경제자유구역 개발에 필요한 국비를 따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등 정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다져 왔다.

이처럼 인천이 세계속으로 웅비할 수 있는 역사적인 계기를 맞이했지만, 공직자들의 안이하고 무성의한 자세는 여전해 안타깝다. '동북아의 관문'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사명 속에서도 상당수 공직자들은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사명 완수보다는 시간 보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들은 창조적이고 새로운 업무보다는 '그저 해 온 일이나 하면 그만'이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실례로 인천시 공무원들은 '구도 인천'에 걸맞는 야구박물관의 민간 제안에 대해 형식적인 자세로 일관, 제주도 서귀포시로 박물관의 자리를 내주었다. 또 자연생태박물관에 대해서도 민간 제안을 포기, 급기야 부천으로 옮겨지는 사태를 빚는 등 스스로 볼거리 없는 도시를 자초하고 있다. 최근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영화 '실미도' 세트장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한 채 철거함으로써 시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여기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문학경기장내 지하주차장을 인건비가 든다는 이유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컨벤션센터 등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우레탄 등이 깔린 경기장 주변도로 등에 주차를 하는 바람에 시설물 훼손 우려를 낳고 있는 상태다.

그야말로 국제도시라는 거대한 하드웨어만 구축하고 있을 뿐 공무원들의 마인드에는 변화가 없다.

이제 밝아오는 새해는 지난 해와 달리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통한 동북아 중심도시로서의 초석을 다져나가야만 하는 중차대한 시기로 꼽힌다. 이를 위해선 누구보다 공무원들이 시대적 감각에 맞게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는 게 시민들의 주문이다.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자리를 보존하고 시간을 지키기보다는, 스스로 앞으로 나서 창조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절실한 때다.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공무원들이 스스로 발벗고 나설 때 비로소 인천은 동북아, 아니 세계속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장학진(인천 정경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