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이제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6일 후면 우리나라를 새롭게 이끌어갈 새로운 입법부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들의 마음속에 각인된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국가를 위한 노력보다는 정쟁만을 일삼는 구태에 빠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역대 총선은 '그 나물의 그 밥'이란 무관심 속에서 비전을 갖고 있는 올바른 인물을 선택하기보다는 당적 중심의 선거로 이뤄져 왔다. 특히 선거 때마다 금품과 조직선거의 불법선거가 판을 치기 일쑤였다.
 
그나마 이번 총선은 새로 개정된 선거법으로 선거 때마다 고질적인 문제로 작용했던 금품살포와 조직선거를 원천봉쇄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선관위에서 후보들이 일정비율(15% 이상)의 표를 얻으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상해 주게 돼 있어 어느 선거보다도 나은 제도를 도입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선거철만 되면 금품을 요구하는 선거 브로커로 홍역을 치렀으나 이번에는 전혀 그런 행태를 찾아 볼 수 없는 점 등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달라진 선거법 또한 갑작스럽게 마련되는 바람에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선거를 앞두고 빚어진 국내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으로 국민들이 감정을 안고 선거전을 치른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있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서 이번 선거가 좀더 나은 후보를 뽑기보다는 다분히 당대 당 형태의 선거로 진행돼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난여론도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 일각에선 이번 선거가 지역을 대표하는 일꾼을 뽑는 것인지, 아니면 예비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것인지 의구심마저 갖고 있다.
 
또 총선에 앞서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가결함으로써 유권자들의 감정을 유발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올바른 일꾼'을 뽑는다는 점을 간과한 채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역의 일꾼을 자처한 이들이 내놓은 정책공약과 후보 검증은 사실상 어려워진 셈이다.
 
달라진 선거법은 깨끗한 선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과도한 감시활동 등으로 선거 본연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후보들은 자신의 정책 등을 홍보하거나 정책을 내세우기 어려우며 유권자들도 후보를 검증할 방법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유권자들은 겨우 집으로 발송하는 후보들의 공보물을 통해서만 주권을 행사해야 하는 불합리한 처지다. 결국 각 당과 후보들은 선거를 치르는데 맥이 풀려 있고, 유권자들은 선거 무관심에 빠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당은 후보들의 정책공약보다는 대표나 의장 등 고위 당직자의 방문을 유도, 세몰이에 주력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방화 시대를 맞았는데됴 당 고위공직자의 방문으로 후보의 지지도가 상승하고 떨어지는 구태의 정치논리가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일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사실상의 입법기관이다. 스스로 필요한 법을 제정하는 막대한 권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을 뽑는 데엔 그 무엇보다 많은 관심과 검증이 필요하다.
 
이제 국민들도 탄핵이라는 감정과 지역색깔론에 치우치기보단 누가 진정으로 지역과 국가를 위해 일할 일꾼인지 가려서 뽑아야 한다. 물론 어느 후보가 진정한 일꾼인지 파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권자의 한 표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주권을 포기하지 말고 올바른 일꾼을 선출해야 할 것이다. /장학진(인천본사 정경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