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추진이 본궤도에 오르자 나라안팎이 갈수록 시끄럽다. 정부는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전의 당위성을 설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반해 경기도와 서울시 등 수도권 지역은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더 키워가고 있다. 손학규 경기지사와 도내 시장군수 등 기초단체장, 경기도의회와 도내 기초의회 등이 앞다퉈 행정수도 이전반대 범도민투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회는 수도이전 반대결의문 채택과 함께 특위를 구성해 적극적인 저지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갈등과 대립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대목이다.
 
이로인해 경기도 지역정치권은 둘로 나뉘어져 있다. 열린우리당 소속 여권인사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찬성운동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과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은 경기도지역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투쟁에 나섰다.
 
이처럼 국론을 양분시키는 수도를 옮기는 천도 사례는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여러차례 있었다. 지난날 고구려 백제 고려 조선 등에서 천도가 행해졌다. 이중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태조 이성계의 조선왕조 창업후 한양천도, 궁예의 철원천도, 왕건의 송악환도 등을 꼽을 수 있다. 공통점은 나라를 창조한 혁명적 상황속에서 천도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먼저 조선개국 2년만인 1394년에 이루어진 한양천도는 조선의 정통성을 세우고 민심을 새롭게 하기 위해 도읍을 옮긴 것이고 개경에 뿌리를 둔 고려의 지배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도 담겨있다. 그러나 한양천도는 고려말 공민왕때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것으로 사실상 50년의 세월이 걸렸다. 공민왕은 한양으로 도읍을 옮겨 분위기를 일신하고 개혁에 힘을 싣고자 했던 것이다.
 
송악(개성)을 도읍으로 정하고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는 북방을 도모한다며 국호를 태봉으로 고치고 철원으로 천도를 단행했으나 막대한 공역으로 백성들의 원망을 받아 쫓겨났다. 후삼국시대 전란의 고통을 받고 있는데다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는 천도 공사는 결국 궁예를 사지로 내몬 것이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은 궁예의 전철을 밟지않고 전란에 지친 백성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송악으로 환도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IMF 당시보다 어렵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정부는 21일 청와대 등 73개 기관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신행정수도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비용은 이사경비포함 총 3조2천억원이라고 한다. 야당 등은 100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돼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수도이전 논리는 비대해진 수도권의 일부를 빼내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대선에서 국민적 동의를 구한 것이고 16대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으로 국민적 합의도 받았다고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 50% 이상이 수도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내몰린 국민들은 수도이전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걱정하고 있다.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하고 통일이후까지 대비하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도이전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시기이다. 정치적 목적이 강한 것은 결국 백성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이다. /김학석(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