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기를 다 잡는다?
 
신행정수도 건설후보지로 충남 공주, 연기가 최종확정되면서 천도(遷都)가 사실상 실행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나 같은 시기에 수도권 13개시 15개소 812만평의 그린벨트에 50만호의 국민임대주택을 짓겠다는 주택건설정책이 공식발표됐다.
 
신행정수도의 경우 오는 2012년 행정기관 입주를 시작해 오는 2020년까지 1단계로 30만평 규모, 2030년까지 50만평 규모의 신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고 국민임대주택도 오는 2012년까지 수도권에 50만호, 수도권 이외지역에 50만호 등 100만호의 임대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자치단체들은 한결같이 수도권 공동화(空洞化) 등을 우려하며 명분없는 수도이전을 반대하는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임대주택 건설계획도 '수도권의 마지막 남은 최후 녹지이자 도심휴식지의 허파인 그린벨트만 훼손한 채 결국 슬럼화 단지로 전락될 것'이라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그린벨트 해제 대상인 조정가능지 가운데 고양 삼송, 남양주 별내, 성남 여수, 부천 범박 등 13개시, 15개 지구에 국민임대주택을 포함한 주택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규모가 30만평이 넘는 8개 지역은 택지개발예정지구로, 30만평 미만인 7개 지역은 국민임대주택특별법에 따른 국민임대주택단지예정지구로 지정될 예정이다.
 
고양 삼송(149만평)과 남양주 별내(154만평)는 이미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로부터 국책사업 승인을 받아, 오는 9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될 예정이다. 동시에 연내에 그린벨트도 해제될 전망이다.
 
수원 호매실(94만평), 시흥 장현(88만평), 목감(52만평), 의정부 민락(79만평), 양주 마전(42만평) 등 5곳은 주민공람 및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진행 중인 곳이며 올해 안에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는 지구 지정이 이뤄진 뒤 내년 초 이들 지역에 대해 그린벨트를 해제할 계획이다. 국민임대주택 50%를 포함해 모두 5만9천200가구의 주택이 들어선다.
 
나머지 8곳은 신규로 주택단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들이다. 대상 지역은 성남 여수(46만평), 구리 갈매(16만평), 군포 당동2(10만평), 부천 범박(15만평), 안산 상록(19만평), 안양 관양(18만평), 의왕 오전(16만평)·포일2(14만평) 등이다.
 
탈 수도권과 수도권 분산을 명분으로 추진된 행정수도이전 국책사업과 한배를 탈 수 없는 수도권 임대주택 건설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청사진대로라면 신행정수도 이전이 본격화될 경우 170만명의 수도권 인구가 빠져 나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수도권에 신규 주택 50만호를 짓는 건설정책은 명백히 탈수도권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수도권 주민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수도권은 아예 없는 것 같다' '수도권이 정부의 각종 시험무대냐'며 볼멘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이란 화두로 시작된 수도이전 국책사업은 수도권을 팽시키겠다는 일차원적인 논리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두마리 토기를 다 잡겠다는 발상 자체가 더 큰 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계해야 한다. /김성규(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