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새벽 지구촌을 17일간 뜨겁게 달궜던 아테네올림픽이 4년후를 기약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온 국민들은 '인류스포츠제전'인 그곳 올림픽의 현장에서 온갖 역경을 딛고 투혼을 불살랐던 '태극전사'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특히 국내 실업팀이 5개 밖에 안되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은메달의 쾌거를 이룬 여자핸드볼 선수들에게는 양궁과 태권도, 배드민턴 등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선수들 못지 않은 찬사와 격려가 쇄도했다.
 
신문과 방송 등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기적같은 은메달', '금보다 값진 은', '금빛 은', '졌지만…. 아름다운 승부' 등의 온갖 수식어로 이들 낭자들을 포장하기에 바빴다.
 
또한 갑자기 스타로 부상한 임영철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은 방송 및 각종 행사 출연으로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협회와 각 팀에는 격려와 후원 방안뿐 아니라 각종 요구사항이 줄을 잇고 있다.
 
마침내 지난해 해체된 광주시청 여자핸드볼이 재창단을 모색하고 있고, 임시로 제일화재 팀을 맡았던 부산시체육회도 팀 운영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리가 들리고 있다. 게다가 팀 창단과 관련해 비용 등 구체적 자료를 요구하는 문의전화도 핸드볼협회에 이어져 핸드볼관계자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그러나 4년전에도 그랬었고 또 그 4년전에도 그랬다. 4년전, 4년전….
 
올림픽이 끝날때마다, 여자핸드볼이 선전을 펼칠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여자 낭자들의 투혼을 이야기하고 효자종목 운운하며 비인기종목을 살리자고 외쳤다.
 
각종 전문가들도 때마다 방송에 출연해 신생팀 창단, 꿈나무 육성, 과학적인 훈련, 저변 확대 등등 모두 듣기에 좋은 멋진 해결책들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반짝' 관심을 보였던 사람들은 이내 핸드볼을 외면, 경기장마다 관중석은 텅 비기 일쑤고, '홍보수단'으로만 팀을 운영했던 기업들도 팀을 잇따라 없애면서 핸드볼 꿈나무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속에서 운동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말로만 해서는 안된다. 4년마다 TV앞에 앉아 응원 한번 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어려운 생활속에 선수들을 내몰며 금메달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지금 의정부에서는 전국의 핸드볼 꿈나무들이 모여 제32회 문화관광부장관기전국중고핸드볼대회가 열리고 있고 9일부터는 대구에서 2004코리안리그 전국실업핸드볼대회가 개최된다.
 
투자(?) 없이는 결과가 나올 수 없는 법. 경기장을 찾아가 선수들에게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내자. 모두가 경기장을 찾아 박수와 칭찬을 보낸다면 선수들은 4년 후 베이징에서 우리들에게 귀중한 선물을 안길 것이다.
 
“올림픽만 끝나면 핸드볼을 잊어버리는 무관심을 이제는 되풀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임영철 대표팀 감독의 말을 4년후에는 다시 듣지 않기를 바란다. /김신태(문화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