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추석연휴를 거쳐 내달 4일부터 23일까지 3주간 실시된다.
 
이번 국정감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3월12일)가결에 따른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유폐(권한정지)라는 극심한 정국불안의 한복판속에서 총선(4월15일)을 거친 17대 국회의원들의 정치역량을 국민들이 직접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이다.
 
국회의 국정감사는 국정전반에 걸쳐 공정집행 여부를 감사하는 것으로 민주화 운동으로 쟁취한 제6공화국 헌법에서 부활돼 첫 여소야대라는 13대국회(88년)부터 적용돼 올해로 부활 17년째를 맞고 있다.
 
입법권 예산심의권과 함께 고유기능인 국정감사는 제4공화국 들어 부패와 관계기관의 사무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삭제되었으며 제5공화국 헌법에서는 특정한 국정사안에 관해 조사할 수 있는 국정조사권으로 변질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6년간의 국정감사는 여당의 경우 정부입장 옹호와 방어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인식돼 왔고 반대로 야당은 정부정책의 실정폭로의 장으로 활용돼 적지않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여야간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기도 했다.
 
여야는 입만 열면 자신들은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외치면서도 뒤로는 상대의 허점을 겨냥한 꼼수를 노리고 있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질의를 통해 상대를 흠집내는 고약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이번 감사도 정쟁의 각축장을 예고하고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친일행적 등 과거사 진상규명 등에 초점을 맞춰 대국민 홍보전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이에맞서 야권인 한나라당 등은 정부실정과 부당성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방침이어서 양측간 충돌이 우려된다. 지금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먹고사는 경제문제인데 정치권은 너죽고 나살기식 당리당략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개인부문 부채 500조원, 생활고로 인한 자살률(10만명당 24명) 역대 최고치 경신 등 건국이래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각종 자료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는 3차례에 걸쳐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행정수도이전, 경기도분도, 미군기지 평택이전문제 등이 핵심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행정수도이전 반대투쟁에 나서고 있는 경기도에 대해 엄청난 자료를 요구하는 등 일전불사를 준비중이다. 앞서 여권은 행정수도이전반대와 관련, 서울시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이로인해 경제살리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경기도 공직자들이 지금 경제와 무관한 자료준비로 기운을 빼고 있다. 국가경제는 물론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외자유치, 외국인공단조성,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 등에 매진해야 할 국력이 자칫 정쟁의 도구를 만드는데 소진될 우려를 안고 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 '자료요구 1t에 질의는 1분'이라는 자조섞인 비아냥이 흘러나오고 있다. 과거와 같이 국력을 낭비하는 불필요한 자료요구, 중복감사, 함량미달이라는 불평을 듣지 않았으면 한다.
 
정책감사로 정책집행의 잘못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도민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과연 지난 여름 누가 국민을 위해 많은 땀을 흘렸는지 국민들이 두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김학석(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