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같은 5일간의 휴식이었다. 고향에 간다는, 친지들을 만난다는 설렘이 컸겠지만 연휴를 달콤하도록 만든 것은 아마도 틀에 박힌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감이었으리라.
 
그러나 얄궂게도 질투의 화신 헤라는 우리 주부들에게 '명절증후군'을 감염시켰다.
 
대한민국 주부들의 84%가 명절증후군을 경험하고 있단다.
 
명절 연휴는 주부들에게 또 다른 속박이었고 이런 구속에 스트레스 받는 아내들로부터 자유로울 남편은 많지 않았다.
 
'어차피 치를 명절인데 며칠 참으면 안되나', '이제까지 해왔던 일, 왜 새삼스레 짜증이냐'는 말로 이미 전염된 명절증후군으로부터 주부들을 치료할수는 없다. 그렇다고 장좀 봐주고 설겆이좀 해달라는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기도 쉽지 않다. 명절을 계기로, 그것도 많은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꿋꿋하게(?) 지켜왔던 가장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을 간과할수 없을 뿐더러 부부간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질수 없는 형국이다.
 
자칫 자존심대결로 치달으면 극단의 상황이 전개될수도 있다. 한마디로 딜레마다. 그러나 병은 치유해야만 한다. 적어도 1년에 두번 이상씩 출현하는, 그래서 때로는 가정이라는 큰틀에 금이 가도록 만드는 명절 바이러스는 단칼은 아니더라도 서서히 예방해 나가야 한다.
 
해답은 간단하다. 여전히 강자인 남자의 이해와 배려다.
 
목적은 가정의 화목, 수단은 행동이다. 설문조사에서 나오듯 주부들이 힘들어 하는 요인은 많은 시간의 노동량보다도 심리적 부담이 더 크다. 때문에 심리치료를 위한 백신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부부간 역학관계에 따라 '정말 고생했어'라는 말한마디부터, 남편의 적극적인 가사협조, 친지들의 역할분담, 짬짬이 남는 시간동안의 외유에 이르기까지 병을 점진적으로 퇴치할 치료약은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입장이 돼서 정말 이해하려고 하느냐와 이해한 만큼 행동으로 옮기느냐의 문제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숨가쁜 하루하루가 반복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국민은 만성적 고질병에

또다시 시달려야 할 것 같다. 다름아닌 '정치혐오 증후군'이다. 먹고 살기 바빠 사실 정치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란 늘 심리적으로 국민들을 괴롭힌다.
 
'과거사 전면전', '수도이전 극한 대치', '국감계기로 정국 경색' 등의 용어가 신문·방송을 도배하는 사이 '99개 핵심분야 한·중간 기술격차 2.1년'이란 수치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인들이 전한 추석민심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세째도 경제였다.
 
국가의 화목을 위해 절대 필요한 것이 경제라면 이제 정치권은 경제를 위해 상대측과 국민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효험을 발휘할수 있는 백신을 사용해야 할 때다. 최소한 국민들이 받는 심리적 스트레스만큼은 해소시켜 줘야 하지 않은가.
 
정치에서의 주도권이 국가화목을 해쳐가며 유지해야 할 덕목은 아니다.
 
일본의 문학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저서 '침묵'에서 “사람은 이길수도 있고 질수도 있으며 언젠가는 반드시 진다. 하지만 그 깊이를 '이해'하고 있다면 설사 졌더라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고 했다.
 
여·야가 '이해와 배려'를 위해 되새겨볼 명언이 아닌가 싶다. /최우영(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