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최대 관심은 누가 뭐래도 교육이다. 이를 반영하듯 자녀의 해외유학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부인까지 보내고 혼자 외롭게 조국을 지키고 있는 '기러기 아빠'와 관련된 기사가 지난주말 미국 유수의 언론인 워싱턴포스트(WP)에 실렸다. 유학비 조달을 위해 어려움을 겪는 가장들의 투잡(twojobs)과 자살 이혼 등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같은 시각 국내에서는 '1·4' 개각을 통해 임명된 이기준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사표가 사흘(57시간)만에 수리됐다. 역대 두번째 단명 장관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부총리 임명과 관련, “논란과 물의가 빚어진데 대해 국민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공개사과했다.
 
앞서 이 부총리는 장남의 대학 부정입학의혹과 이중국적유지, 부동산신고거부 등 아들과 관련된 각종의혹사건들로 인해 시민단체와 언론의 뭇매를 맞고 백기항복(?)했다.
 
이같은 단명장관은 현정권은 물론 역대 정권에서도 비일비재했다. 안동수 전법무부장관은 김대중(DJ) 정부시절 취임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충성서약 내용을 담아 물의를 빚어 43시간만에 물러나 최단명을 기록했다. 박희태 전법무, 허재영 전건설교통, 박양실 전보건사회부 장관 등은 김영삼(YS) 정부시절에 자녀 부정입학과 땅투기 의혹 등으로 10일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또 노 대통령이 임명한 최낙정 전해양수산부 장관은 특강에서 “대통령은 태풍이 오면 오페라 보면 안되나”등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14일만에 사직했다. 김태정 전법무부장관(DJ)은 '옷로비사건'에 연루돼 15일만에 옷을 벗었다.
 
이처럼 국민이 용서하지 못하는 단명장관이 발생하는 것은 무엇보다 신세진 사람에게 빚을 갚거나 허술하게 운영되는 인사검증제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YS와 DJ정부시절은 30년 넘은 정치활동에 따른 신세갚기 형태가 많았으나 현정부 들어서는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높다.
 
노 대통령이 국무위원과 정무직 산하단체장 등 주요 공직자 후보의 경우도 재산문제 등 사전동의를 받아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상 국회 청문대상은 불과 30여명이다. 청문회와 국회동의 절차를 거쳐 임명된 고위 공직자의 경우 직무수행과정에서 큰 문제가 불거진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상원 인준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고위직 공직후보는 1천600여명으로 중앙부처 차관보급 이상이 모두 대상이다. 인사청문 대상확대의 필요성을 반증하고 있다.
 
국민들은 장관 등 고위공직자에게 자신보다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국민위에 서지 않으면 국민과 함께 호흡하기 어렵다. 이제는 고유권한인 인사권 침해라는 수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권력은 나눌수록 부패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어울리는 시기이다.
 
때맞춰 경기도의회에서도 산하단체장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체장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도지사가 임명한 산하단체장에 대해 최소한 자질 능력 도덕성 등만이라도 도민들은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 인사권 남용에 대한 제어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도내 각종 산하단체에 무더기로 낙하산이 투하되고 있다는 소리가 요란하다. /김학석(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