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방학으로 불리는 하한기를 뜨겁게 달군 지방선거 열풍이 가을정국까지 이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기간당원)과 한나라당(책임당원)이 경선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공천한다는 내부방침이 굳혀지면서 당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민주노동당(진성당원)과 민주당(후원당원)에도 당원들이 밀려들고 있다.

내년 5월말에 실시될 시장 군수 구청장, 광역의원(시·도의원), 기초의원(시·군·구의원)선거 등을 겨냥하고 있는 출마예상자들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당원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양당의 경기도당과 인천시당은 매일매일 늘어나는 당원을 정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해가며 당원명부를 정리하고 있다. 때아닌 입당러시로 자료정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도당의 경우 우리당은 12만명, 한나라당은 7만명의 신규당원이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현금을 미리주거나 자동이체 눈속임을 벌이는 등 당비를 대신 내주는 종이 당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방선거 출마예상자들의 이같은 폭발적인 당원모집은 내년 3월께 당내경선을 실시하고 대의원은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게 한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욱이 내년부터 지방의원 유급제(광역의원 7천만원, 기초의원 5천만원 예상)실시가 확정되면서 신진인사들도 대거 지방의회 진출을 노리고 있어 당원확보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같은 입도선매식 우군만들기 당원모집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원경선제에 대한 부작용을 내세워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매수라고 할 수 있는 종이 당원 모집에는 토호 등 지역 유착형 인사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전문성과 참신성을 갖춘 능력있는 외부인사 영입이 불가능해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공천자 결정을 위한 후보경선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지난 2002년에도 당내 경선이 거의 전 지역에서 치열하게 전개돼 선거를 2번 치른다는 자조적인 푸념이 흘러나왔다. 앞서 지난 98년과 95년에도 적지않은 지역에서 경선이 실시됐다. 반면 지난 총선의 경우 여야 주요 정당이 중앙당 권한강화차원에서 낙하산 공천에 주력하면서 정당 민주화를 후퇴시켰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이는 당권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4년만에 당원들이 직접 후보를 결정하는 상향식 정당민주화를 새롭게 정착시킬 수 있는 계기가 다시 찾아왔다. 공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경선을 선호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금부터 당원에 대한 정밀검사를 통해 불량당원을 솎아내 경선시비를 불식시키고 경선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에 주력할 때이다.

반면 일부 지역은 벌써부터 당원자격시비 논쟁으로 '전략공천(경선없이 낙점)'이라는 숨어있는 전가의 보도를 흔들어 댈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여름철 땀흘리며 입당원서를 받으려고 동분서주한 입지자들이 후회의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경선이라는 대원칙을 지켜주기 바란다.
/김학석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