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대로 드러낸 보건복지부의 충격적인 통계결과가 발표됐다. 빈곤층이 무려 700만명에 이른다는 발표였다. 빈곤층을 약 400만~500만명으로 추정하던 정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이 수치는 사회 양극화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자체였다.
국민 6~7명 당 1명이 빈곤층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예로부터 우리는 가난을 동전의 양면처럼 생각해왔다. 가난을 미덕처럼 여기는 감상적인 측면과 개인적인 무능력의 소산물로 치부하는 부에 대한 신비화가 혼재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고도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빈곤은 구조적인 문제라는 게 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특히 지난 1987년께 선성장-후분배 정책으로 절대빈곤을 벗어나긴 했지만 IMF를 경험한 이후엔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호황으로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고 있는 반면 자본으로부터 소외당한 빈곤층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이중적인 구조가 국민 정서를 균열시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도덕하게 부를 축적한 가진자들에 대한 적개심이 수면위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등 심각한 사회 갈등 양상으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게 현실이다. 게다가 자신이 축적한 부를 나누기 보다는 끊임없이 세습하려는 일부 재벌의 반사회적 행태는 빈곤층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빚어지고 있는 빈곤층의 문제는 두가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청년실업으로 대표되는 일자리 난과 비정규직화를 통한 저임금, 고용불안정의 악순환이 그 것이다. 이런 필연적인 현상을 잉태했던 지난 1997년 IMF 이후 빈곤층의 양상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과거와 달리 700만 빈곤층을 발표한 정부의 용기에 희망이 엿보인다. 빈곤층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적기에 알리고 구조적인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빈곤층의 문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야 해결 가능하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기득권을 가진 자들 모두가 나서야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4대 보험과 차상위계층에 대한 정부의 복지예산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빈곤층 퇴치를 위한 노력의 흔적은 현장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따라서 정부는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기업 역시 건전한 자본구조를 만들고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체계에 힘을 보태야 한다. 게다가 기득권을 가진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도 빈곤의 문제를 털어내고 사회를 통합하는 정신적 원천임에 분명하다.
빈곤의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계급투쟁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자본과 인식의 사회화를 통해 빈곤의 문제를 털고 모든 구성원이 더불어 함께 사는 구성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후세를 볼 면목이 없어진다.
/인천본사 정경부 차장 이희동
빈곤공화국
입력 200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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