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4월 18일 독일의 포커스(Focus)지는 독일 정부가 주독 중국대사관에 대한 감청을 통해 군수회사인 '다이너마이트 노벨사'의 직원이 중국 정보요원에게 탄약개발에 대한 기술유출 사실을 보도했다. 지난 5월에는 프랑스 '발레오사'와 스웨덴 '캐롤린스타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중국인 연구원이 첨단기술을 빼내려고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전 세계는 지금 산업스파이들의 첨단산업기술 유출 문제로 '비상'이 걸려 있다.

 우리나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얼마전 최첨단 반도체 제조기술을 빼내 중국에 공장을 세우려 한 혐의로 하이닉스 반도체 전·현직 직원들이 구속됐다. 지난 98년 2월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반도체 기술 대만 유출, 2001년 6월 LG 초고속정보통신망 기술의 중국유출, 2003년 6월 현대 LCD의 휴대폰 컬러모듈기술의 중국 TRULY사로 기술유출, 삼성 SDI, 주성엔지니어링 등에서도 기술유출이 발생했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2004년까지 66건의 기술유출 사건이 적발됐다. 피해예방액은 58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천사람들'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지적재산권' 특성화 대학을 표방하고 있는 인하대 법대교수들은 지난해 9월 산업기술유출방지 및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안 모델을 만들어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재단에 제출했다. 산자부와 산자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법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최근에는 대대적인 관련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인천출신 열린우리당 김교흥 의원도 지난 8월 부정경쟁방지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냈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동료의원 21명이 동참했다. 국가간 무역장벽이 무너지고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대에 기술의 해외유출은 기업만의 손해가 아닌 국가경제 전체의 손해라는 인식을 같이 한 것이다.

 국정원 인천지부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정원 인천지부는 올해 4천억원대의 잠재적 시장 가치를 지니고 있는 관내 모 전자제품 생산업체의 중국 공장장의 기술유출 정보를 입수, 검찰에 넘겨 유출을 막은데 이어 전국 국정원지부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상공회의소와 '산업기술보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게다가 최근엔 인천지역 300여개 중소·벤처기업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산업기술보호 설명회를 갖는 등 활약상이 대단하다. 최근 국정원의 처지와 달리 칭찬받기에 충분하다.

 국정원과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산업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인천지역 기업은 무려 6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원도 없고, 인구도 줄어드는 우리나라가 산업 기술조차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늦은감은 있지만, 그 나마 다행스럽다. 특히 산업기술 유출을 막겠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인천사람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송 병 원(인천본사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