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불거진 '황우석 파동'이 2개월여 동안 온 국민들의 정서를 지배하고 있다. 병술년 새해에도 '해가 바뀌었다'는 새 기분을 못느끼며 '황우석 신드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직장에서도, 술자리에서도, 언론에서도 여전히 '황우석 진실공방'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고 황 교수를 믿고 사업을 지원하려던 많은 자치단체들도 당황하는 기색들이 역력하다.

단순히 '충격파'를 넘어 '집단 아노미' 상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는 당초 황 교수의 연구성과가 인간의 원초적 행복과 연관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치의 병으로 평생을 투병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일생을 걸고서라도 기대고 싶은 종교와도 같은 희망이었다.

또 보편적 다수에게는 세계의 모든 인간들이 질병으로부터 해방될수 있다는 '인류애적 동질감'을 갖게 했고 특히 우리 국민에게는 “이제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있다”는 애국적 자부심을 갖는 요인을 제공했다.
2004년, 2005년 논문 모두가 조작됐다는 서울대 조사위의 결과가 나온 지금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불신과 의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진실의 왜곡'에서 비롯되고 있다. 조그마한 사실(fact) 하나하나에 논조를 바꿔가며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 기자회견때마다 특유의 화술로 혼란을 더해주는 황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 모두가 진실에서 비껴 났었다.

국민모두가 신뢰해야만 할 서울대 조사위의 조사결과 역시도 석연찮은 점들이 있다. 정명희 조사위원장은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반포 수립기술은 이미 영국 뉴캐슬대에서 이뤄진 것으로 “원천기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뉴캐슬대 논문에는 “이 기술과 관련한 기술특허권은 황우석교수에게 있다”는 문구가 삽입돼있고 뒤늦게 정 위원장은 '조사위 보고서'의 내용과 달리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개인적 판단이 잘못 전달됐다며 '있을 수 없는' 잘못을 시인했다. 의학계와 수의학계의 알력다툼이 있다는 소문을 마치 확인시키기라도 하듯이.

서러운 것은 힘없는 국민들이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그나마 12일 황 교수의 기자회견을 믿는다면 몇가지 명쾌하게 정리되는 부분이 있다.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반포 형성기술은 황 교수팀의 독보적인 기술이라는 것, 황교수팀은 연구당시 줄기세포 수립을 전담한 미즈메디 병원의 결과를 검증할 기술적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것, 줄기세포가 존재했다면 바꿔치기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논문은 조작이 아니라 부풀려 졌다는 것, 애당초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미즈메디 연구원의 허위결과라는 것 등일 것이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겨졌다. 검찰은 더 이상의 불신과 진실의 왜곡이 없도록 '그것이 알고 싶은' 국민들에게 명백한 진실과 허위를 알려줘야만 한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 유전비리 문제나 도·감청의 문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온 국민의 감정을 지배하고 있는 동시에 '인류의 운명'과도 연결될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 우 영(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