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은 지난주 '앞으로 매주 화요일 오전, 2차장 검사실에서 중요 사건 수사및 관내 현안사안에 대한 정례 브리핑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기자실로 밝혀왔다.
'검찰이 웬일이냐', '그냥 하는 소리겠지'.

지역의 최대 이슈인 굵직한 토착비리나 대형 뇌물사건 수사를 하면서도 기자들만 보면 번번이 서류를 감추고 입을 닫느라 정신없었던 검찰의 갑작스런 변화에 거의 반사적으로 이런 말들이 튀어 나왔다.
이는 지난 22일 대검이 검찰청 홍보기능 강화를 위해 수원지검 등 2명의 차장검사가 있는 전국 5개 지방검찰청의 2차장이 홍보책임을 맡아 언론에 현안 사안을 브리핑하도록 한데 따른 것이었다.

수사 상황이 언론에 유출될까봐 늘 기자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던 검찰이 갑자기 모든 걸 오픈하고 설명해 나가겠다고 하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검찰의 결정이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실제 지난 28일에는 수원지검 한명관 2차장검사가 기자들을 상대로 첫 브리핑을 가졌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보안을 이유로 검찰청 별관에 외부인의 출입(속내는 기자의 출입)을 막겠다며 철문을 설치하고 기자들의 검사실 출입을 금지했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검사들은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이유인지 아예 검사실 출입문에 '기자의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글을 써 붙여 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검사들과 취재 기자들 사이에서는 언쟁이 벌어지는 일 들도 종종 있었다.
또 수사상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날이면 검찰은 정보유출자를 색출한다며 하루 종일 내부 직원들을 달달 볶아 대던 것이 바로 엊그제 일이었다.
그러던 검찰이 바뀐 것이다. 아니 변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정권의 시녀', '밀실·청부' '봐주기'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던 검찰이 이것들을 모두 털어내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공개할 것은 공개하면서도 수사상 필요한 보안은 언론의 협조를 받아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를 하겠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건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브리핑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검찰의 변화를 바라보는 법조계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수원지역의 한 변호사는 “권위적이고 차갑게만 느껴지던 검찰이 스스로 문을 열겠다고 했을 때 국민들은 그 순간부터 검찰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된다”며 “검찰의 이번 결정이 연속성을 가지고 계속 되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그는 또 “검찰이 먼저 국민들에게 문을 열고 공개할 때 검찰 수사도 그만큼 국민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대언론 정례브리핑은 검찰의 작은 결정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국민들의 지지라는 커다란 열매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왕 정 식(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