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이 많아진 식생활의 변화, 차량 이용과 의자생활에서 오는 운동부족, 복잡한 생활 속의 스트레스, 음주…. 비만의 원인은 여러가지겠지만 여기에 패스트푸드가 한 몫을 하고 있다. 도시 어디서나 편리하고 쉽게 찾아 먹을 수 있는 입맛 당기는 식품이다. 그런데 건강하게 자라야 할 청소년들의 이용이 잦으니 작은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그동안 패스트푸드가 막연히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요즘에는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점이 공론화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한 비만 환자는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KFC 등 네 개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고, 미 상원에서는 초중고 학교 구내에서 패스트푸드 판매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비만은 질병, 그것도 무서운 병이다. '대사 증후군(혹은 인슐린 저항성 증후군)'이라고 하며 빈번히 발생하는 노년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성인병으로 알려져 온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요즘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조차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사 증후군 발병률은 남자 20.1%, 여자 23.9%라고 보고 되는데 앞으로 계속 증가할 추세다.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인 '버거패티'는 육류를 다진 다음 씹히는 맛과 부드러운 맛이 나도록 여러 가지 재료를 배합한 다음 화학조미료로 맛을 더한다. 여기에 덩어리로 잘 뭉쳐지도록 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많은 지방이 들어간다. 무려 40%. 지방이 25%인 삼겹살에 비해도 너무 많은 비율이다. 1인 분의 무게가 30여년 전의 162g에서 현재 198g으로 증가, 열량과다라는 문제가 생긴다. 프렌치프라이 또한 50개로 늘어나 열량이 790Kcal로 과거보다 두 배 정도 많아졌다. 이와 같은 열량의 과다 섭취는 곧 바로 고지혈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패스트푸드를 이용하면 고단백의 대사과정에서 칼슘이 빠져 나간다. 여기에 패스트푸드에 곁들여 먹는 탄산음료 섭취는 인체에 필수적인 칼슘 아연 철분 등을 배설시켜 골다공증 등 여러가지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탄산음료에는 인산염이 과다하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패스트푸드의 염분과 설탕은 어떤가. 짭짤한 소스와 감자 칩과 콜라에는 지나친 염분 및 설탕이 들어 있고 또 캔 콜라에는 카페인이 있다. 설탕을 과잉 섭취하게 되면 비만과 당뇨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장내의 세균 증식, 질병에 대한 면역저하, 기생충 증가, 동맥경화 등을 불러온다. 또 어린이들에게 정서불안과 그에 따른 학습부진을 초래한다.
버거 하나는 약 600Kcal, 감자 칩은 270Kcal, 콜라 한잔은 97Kcal, 따라서 청소년이 간식으로 하나의 버거 세트를 이용했다면 하루 필요량의 절반 정도를 이미 섭취한 셈이다. 그리고 흔히 여기에 곁들이는 스낵류 등 단 음식류에는 중독성이 숨어 있다. 스낵과 사탕 같은 단 것을 먹으면 인슐린의 과다 분비로 혈중 포도당이 분해되어 저혈당에 이르고 허기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다시 스낵 설탕을 찾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보다 위험한 요소가 또 있다. 워싱턴대학 내분비 학자 마이클 뉴워즈 박사가 '뉴 사이언티스트'지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패스트푸드는 인체 내 렙틴 호르몬의 변화를 일으켜 뇌의 식욕억제 작용을 어렵게 한다고 한다. 식욕통제 능력을 상실케 한다는 얘기다. 흡사 약물 중독 시 뇌의 반응체계와 유사한 것이다. 그래서 패스트푸드를 또 찾게 만든다.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현재 패스트푸드에는 성분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패스트푸드 업체는 매장의 각종 식품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해서 단백질 콜레스테롤 포화지방 나트륨 열량 등의 영양성분 표시 및 열량표시를 해서 소비자들이 쉽게 읽어 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곧 나라사랑의 길이 될 것이다. /이종만(경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패스트푸드와 비만
입력 200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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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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