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하면 떠오르는 게 뭘까? 인천 앞바다에서 벌어진 구한말 신미양요와 병인양요 등 일방적인 외세의 침입? 혹은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 남의 나라끼리의 전쟁에 우리 앞마당을 빌려준 일? 아니면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그밖에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그러고 보니 모두 전쟁과 연관된 부정적이고 부끄러운 것들 뿐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 때문에 그 동안 인천은 냉전과 분단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인천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았던 필자가 이번에 뿌듯함과 긍지를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으니, 그 이유는 바로 우리 인천에서 오는 6월14일부터 17일까지 3박4일간 북측 100여명과 해외인사 40여명을 포함한 대표단 7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6·15 공동선언 발표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6·15 공동선언이 무엇인가. 2000년 평양에서 남북의 두 정상이 합의한 이 선언은 우리 나라의 통일문제를 외세가 아니라, 이 나라의 주인인 바로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한 이 민족의 새로운 헌장이 아니던가. 우리 민족에게 6·15 공동선언은 우리 민족이 평화통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의 중대한 이정표이자 통일시대의 개막을 선언하는 기념비적인 일이었으며 우리 민족의 앞날을 밝히는 중차대한 선언이었다.
그런 뜻깊은 6·15 공동선언을 기념하는 행사가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바로 우리 인천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이 대회는 민족대화합 선언 채택, 평화와 통일을 위한 6.15㎞ 마라톤, 문화행사 등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하는데, 준비위원회 측은 특히 장소를 문학경기장으로 정함으로써 원하는 인천시민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열린 대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안상수 시장도 이미 이 대회를 적극 돕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며, 아울러 북한과의 교류협력 조례 제정, 북한 교류 협력위원회 구성, 북한교류 협력기금 조성 등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또한 이 대회를 계기로 “인천이 대북 교류의 전진기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각종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고, 인천과 '물류 공동화'를 추진하고 있는 개성이나 인천과 가장 가까운 황해남도 장연군, 용연군 등과의 자매결연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시장의 발표를 적극 환영하며 지지한다. 이참에 아직도 인천에 남아 있는 분단상징 기념물들을 모두 철거하고, 해안 철책선들도 완전히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인천과 아무런 인연도 없는 춤 축제를 즉각 폐지하고 대신 평화축제를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번 민족대회를 계기로 우리 인천은 이제 전쟁과 분단의 도시에서 화해와 평화의 도시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다가올 통일을 주도하는 도시로 다시 태어나야한다. 이번 대회가 결과적으로 통일을 한 걸음 앞당겨 우리 민족사에 길이 남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
더구나 인천은 그 어느 지역보다도 실향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이다. 어느 모임에서나 부모님의 고향이 북녘인 사람을 조사해 보면 놀랍게도 30%를 넘는다. 통계에 의하면 인천에 거주하는 이북도민회 회원은 77만여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그 중 황해도민회가 가장 많은 36만명이고, 평안남도민회가 13만명, 그 다음으로 평안북도민회 9만여명, 함경남도민회 8만여명, 함경북도도민회 4만여명, 도서도민회 7만여명 등이라고 한다.
남과 북은 같은 피를 둘이 나눈 한 형제다. 북과 남은 같은 말을 쓰는 한 겨레다. 이 지구 위에 같은 민족끼리 헤어져 살아가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통일은 무조건 하는 것이지 논리적으로 따져 보고하는 게 아니다. 헤어진 형제가 다시 합쳐 살아가는데 무슨 논리를 따지는가?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남과 북과 해외동포들이 함께 어깨 걸고 춤추고 노래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쿵쾅거린다. /신현수(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상임대표)
인천을 화해와 평화의 도시로
입력 2004-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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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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