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열을 받고 있다. 올해도 참을 수 없는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겨울에도 난방비가 적게 들테니 서민들에게는 다행이 아닌가.” 물론 농담으로 하는 소리다. 차라리 그와 같은 우스갯소리라도 주고 받으며 지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런데 사실은 전혀 그럴 처지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는 엄청난 재앙이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을 넘어 전 지구적 차원의 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해 왔고 또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옛날부터 자연현상으로서의 재앙이 이따금 있어 왔다. 지진 태풍 홍수 가뭄 폭설…. 그와 같은 현상들을 우리는 미리 예측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이 그냥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천재(天災)'라고 일컬어 왔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꼭 과거의 천재와 같은 모습으로 닥쳐오는 것이 바로 인간들이 저지른 잘못에서 기인하는 '인재(人災)'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동안 세계 도처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갖가지 재해로 고통받아 온 인류는 그와 같은 현상에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 왔다. ‘지구온난화’ ‘온실효과’ ‘온실가스’ ‘기후변화’ ‘기상재해’ ‘기상이변’…. 모두가 같은 말이다. 또한 그 원인을 밝히고 그에 대한 대책을 국제적인 협력 하에 모색하자고 100여국 이상의 세계 정상들이 여러 차례 모여 진지하게 논의를 한 바 있다.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심의회’(IPCC, 88) ‘리우선언’(92) ‘국제기후변화협약’(UNFCCC, 92) ‘교토기후변화협약’(97) ‘기후변화협약 6차 당사국총회’(COP6, 2000) ‘교토의정서’(2001)….
 
본란에서는 우선 먼저 그 어마어마하고 다양한 재해의 모습들을 소개하고 그것의 구체적인 원인, 그에 대한 대처 방안들을 적어 보기로 하겠다.
 
지난 일이라고 잊을 수는 없다. 10년 전 1994년. 섭씨 30℃이상의 폭염이 33일 간 계속되면서 서울지역에서만 1천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열사병에 의한 사망자만 100여 명(93년 2명, 95년 13명). 90년대 후반기 이후 3일 이상 폭염이 계속된 날이 연간 25일이었다는 기록이다.
 
95년 시카고에서는 34~40℃의 더위가 계속되면서 다른 해보다 700여 명이 더 사망했다는 것이다. 지난 해(2003) 무더위로 프랑스 파리에서만 1천154명이 사망했고 유럽 전체로서는 3만5천여 명이 희생됐다. 주로 노인층이 많았다.
 
다시 우리나라를 보자. 재작년(2002)에 굉장한 호우를 동반한 태풍 루사로 엄청난 피해를 당했다. 지난해(2003)에는 가을비가 끝도 없이 추적대는가 싶더니 기상관측사상 기록적인 초속 60m의 광풍이 휘몰아친 태풍 매미가 닥쳤다. 많은 인명 피해는 물론 건물 및 주택 파괴와 농촌의 수확물을 덮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 기상재해는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쓰레기를 몰고 와 여러 가지 유해물질을 낳고, 또 재해지역 주민들은 각종 수인성 질병으로 고통을 당하게 된다.
 
폭염 태풍 호우 홍수뿐이 아니다. 폭설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3월. 이제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구나 하는 때에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폭설이 내린 것이다. 요즘 농축업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비닐하우스들이 수도 없이 무너져내렸다. 그래서 사계절 채소 및 화훼산업, 닭 오리 사육을 위해 오랫동안 피땀을 흘려 온 농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한 것이다. 국가에서 상당부분 보상해 준다고 했지만 거의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후문이다.
 
우리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80년대에 이미 사라졌다고 단정했던 말라리아가 휴전선 일대를 중심으로 창궐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온난화로 인해 전염병과 병충해가 훨씬 더 북쪽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렇다고 병충해를 방제한다고 화학비료 농약 살충제 제초제 등을 사용했을 때 다시 인체건강에 해가 닥치니 피할 수 없는 악순환을 겪게 한다. /이종만(푸른경기21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