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는 150만명으로 늘었음에도 2000년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실업률은 비장애인의 5배가 넘는 28.4%(18만여명)인 것으로 나타나 이미 위험수위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특히 중증장애인 취업률(13.2%)은 경증장애인(52.3%)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해 지적능력이 떨어지거나 신변처리가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은 면접에서 조차 외면당하고 있다.
 
장애인계에서는 진작부터 이러한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줄곧 요구해 왔으며 전문가들도 장애인 고용 정책이 한계에 봉착해 있음을 지적해 왔다. 정부도 이에 공감해서인지 '장애인 중심기업'을 만든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특별히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는 무상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렇게 장애인 고용정책이 미궁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 12월 정부는 설상가상으로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평균 40%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발생된 고용장려금은 내년부터 지급되는데 정부 발표대로라면 경증남성장애인의 경우 1인당 월 47만4천원에서 30만원으로 줄고, 중증여성장애인은 1인당 82만9천원에서 45만원으로 대폭 축소된다. 이 여파로 장애인 실업률이 현재 70% 수준에서 90%대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장애인들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하 공단)을 점거하는가 하면,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장애인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온 고용장려금 축소철회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정부가 장애인 고용장려금 삭감을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예산이 없다고 한다. 1992년부터 작년 말까지 기업으로부터 거두어들인 부담금이 기금만 1조원 이상이고 적립금도 비교적 건실했으나 제도 시행 10년을 넘기면서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금이 고갈된 원인으로, 무계획적인 공단사업 확대나 기준 없는 고용장려금 책정 등 방만한 기금운영을 지적할 수 있다. 여기에 노동부가 장애인 고용율을 억지로 높이려고 장애인 등록대상도 안되는 경증의 산재장애인(10~14등급)에게도 고용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정책실패도 한 몫 했다. 또한 장애인 고용사업을 대기업으로부터 거두어들인 부담금만을 가지고 추진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에게 장애인 고용률(2%)을 지키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오히려 지켜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기업에서 부담금을 많이 낸만큼 일반회계의 재정지출 압박을 받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부출연기관들이 기관운영비와 사업비를 정부의 일반회계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노동부의 장애인고용정책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공단의 운영경비 전액을 일반회계로 편성하고 장애인 대량실업을 막기 위해 고용장려금 축소를 철회해야 한다. 몰론 장애인 고용정책이 장려금을 많이 주면 성공한다는 식의 '돈의 논리'로 풀 수 없는 일이다. 기금운영 방식도 대폭 개선하고 고용장려금을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으로 구분하여 지원기간, 내용 등을 차등화해야 한다. 또 장애인 직업훈련 시스템을 현장중심으로 전환하며 창업지원 정책도 보완하는 등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이 실질적인 장애인 고용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 최근 1년간 정부에서 생계비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5만명이상 늘었는데 이중 장애인이 제일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장애인은 빠른 속도로 극빈층으로 내몰리고 있는 이 안타까운 현실에서, 희망마저 잃지 않도록 적어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 줘야하지 않을까? /김민수(평택 에바다복지관장·한신대사회복지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