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1일, 헌법재판소는 여야 다수의 합의로 입법 발효된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하여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를 추진했던 현 정부와 여당에게는 정치적인 부담이 되었고 적극 반대했던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겐 누가 뭐래도 정치적인 힘을 얻은 셈이다. 애매한 것은 한나라당이다. 자신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법이 위헌이 되었으니 무턱대고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신행정수도 이전은 '국토의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라는 대의명분이 있었지만 이해관계가 직결된 각 지역의 입장은 그럴싸한 논리로 포장된 지역이기주의였을 뿐이다. 이 가운데 '자치분권전국연대’ 활동가들의 역할은 헌신적이었지만 대의를 지켜내고 의제화 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언론의 유용한 상품이지만, 게서 끝날 수는 없는 일이다. “언론 특유의 비판기능을 부정적 영향의 최소화에 맞춰 합리적인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저널리즘이 요청된다. 과연 그랬나?
우선, 헌재의 위헌 판결에 대하여 경인 지역언론들은 헌재의 판결을 반기는 모습들이었다. 왕조시대 법전인 '경국대전’과 '관습헌법’을 근거로 한 위헌 판결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그 논란의 내용과 본질은 간과해버린 채 승복만을 요구했다. 또한 헌재의 판결은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위헌 판결로 절차적 문제에 대한 판결이었지만 '신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판결’로 몰아가는 태도는 본질을 간과한 왜곡보도가 아닐 수 없다.
입법기관이 아닌 사법기관에서 '관습헌법’을 우선시하며, 관습헌법에 의해 성문헌법이 위헌 판결을 받는 이상한 상황에서 “토를 달지 말라”는 것은 언론이 할 말이 아니다. 이 바람에 주변에 얼마나 많은 궤변들이 난무하는가.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실추된 권위는 어찌 만회하며, 앞으로 봇물 터지듯 난무할 헌법소원은 어찌 감당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승복’만을 강요하는 태도는 분명 진정한 언론의 모습은 아니다.
그동안 경인 지역일간지들의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태도는 사실, 일방적이었다. 대다수 주민의 여론이라는 통계를 근거로 들었지만, 당장 재산가치의 변동에 직면할 이해 당사자들의 견해를 가치판단의 척도로 삼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진정 모르는가?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하여 적극 반대했던 경기도지사와 이어 가세한 도의회의 반대 열기는 지역언론의 적극적인 의제화를 통해 '역차별'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수도권지역의 반대여론을 사실상 키워나갔다. 하여 수도권 대기오염으로 연간 경제적 손실이 10조원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는 날, 신도시를 20개나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기도 산하가 성한 곳 없이 파헤쳐지고 안양의 충훈고 사태와 같은 학내사태와 통학대란이 일어나고 있어도 여전히 수도권 공동화를 우려하는 소리는 줄지를 않았다.
이러한 도지사와 지역언론의 행보는 지난 10월13일, 국정감사장에서 그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서울대에 의뢰하여 작성한 '신행정수도와 고속철도사업이 수도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보고서가 공개되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신행정수도 건설이 시작되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경기도의 인구는 121만명이 줄고 역내 총생산은 8조원이 증가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내용 아닌가. 이 보고서를 7개월이 넘도록 공개를 안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한 도지사와 지역언론의 대답이 참으로 궁금하다.
국토면적의 11%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중앙기관의 83.9%, 100대 기업의 본사가 92%나 몰려 있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국가적 재앙임에도 여전히 역차별, 공동화를 외쳐대는 언론의 모습을 보며 떠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실종된 저널리즘이다. 이는 지역민이면서 지역신문을 외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주현
헌재의 위헌판결에 대한 보도 유감
입력 200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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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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