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60만에 육박하는 대도시 인천의 여러 사회적 현안 중에서도 시민의 삶과 직결되면서도 인천의 미래를 규정짓는 문제로 '인천의 도시공간' 문제가 있다. 녹지공간을 주거공간이나 상업공간으로 재편하는 대규모 도시개발 문제를 비롯하여 시민들의 생존권과도 직결되는 각종 위험시설 및 환경오염 시설 문제, 그리고 지난해 크게 문제가 되었던 월미공원과 월미도 지구단위계획 문제와 같은 문화 및 도시계획적 차원의 현안에 이르기까지 '도시’를 둘러싸고 시민의 쾌적한 삶을 모색하기 위한 사안이 바로 '도시공간’ 문제다.
 
광역도시 인천의 각종 개발계획 및 이와 연동된 도시계획 행정과 깊이 맞물리면서 시민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도시환경문제는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형태로 인천이라는 도시공간 및 시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도시공간 문제에 대하여 그간 인천 시민사회에서는 환경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나 아니면 특별히 난개발 문제가 크게 가시화되었을 때 간헐적인 대응을 보였고 그나마 문제 발생 이후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응해 나가는 접근방식을 이뤄왔다.
 
그런데 도시의 공간 환경과 관련된 사안은 역사, 문화, 환경, 주민생활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매우 중층적이면서 복잡한 영역인 것 같다. 거시적으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비롯한 국가시책과 연동되어 있으며 10~20년 단위로 진행되는 인천의 도시계획과도 깊이 연관돼 있고, 문화재의 보호와 공원, 가로, 건축, 마을 같은 다양한 삶의 공간과도 밀착되는 문제다. 더 작게는 조형물과 간판, 축제, 노점에 이르기까지 미시적 차원의 다양한 일상 생활문화와 다양한 차원에서 연관된 문제로, 끊임없이 모든 도시 내에서 뜨거운 현안으로 불거지고 있다. 따라서 이를 슬기롭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사회운동과 환경운동 그리고 문화운동의 세 영역이 지혜와 슬기를 모아 함께 대응해야 할 듯하다.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은 일상의 도시 환경을 꾸준히 탐사하고 이에 대한 자발적이면서도 일상적인 토론과 공부와 실천을 통해 시민들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나가야 한다.
 
이러한 모색들이 다른 도시들에서도 이미 시도되고 있거니와, 서울에서는 '문화연대’와 '도시연대’, '도시개혁센터’, '문화유산위원회’와 같은 민간단체들이 활동하면서 서울의 도시적 정체성과 도시공간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대구와 부산 등지에서도 '도시환경운동’이 다양한 형태로 모색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도 '뉴어바니즘'(New Urbanism)의 기치 아래 쾌적한 미래의 문화도시 건설을 위한 여러 이론적, 실천적 운동이 이미 수년전부터 전개되어 왔다.
 
근대 초기에 형성된 역사도시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는 인천은 한국전쟁과 분단체제 하의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급격한 변동을 거듭하다가 광역시가 되면서 권역이 확장되고 송도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서 전면적인 도시재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거리와 건축물은 파괴되고 있으며, 인천시민들의 쾌적한 삶을 저해하는 각종 개발 계획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제 보다 능동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천의 도시공간을 설계하고 가꾸는 시민사회의 역량이 필요하다.
 
거대도시 인천을 자연과 문화와 복지가 조화를 이루는 쾌적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도시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환경운동과 사회운동, 문화운동과 시민운동의 슬기로운 연대 속에서 삶의 터전으로 도시를 가꾸어나가는 길을 함께 진지하게 모색해볼 시점인 것이다. /이희환(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