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애인의 실업률은 28.4%(18만여명)이다. 비장애인이 보통 3~5%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5배가 넘는 수치다. 정부는 장애인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1년부터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을 시행해오고 있다. 이 법의 주골자는 사업주가 장애인을 많이 고용하면 할수록 장려금을 많이 지원하고, 대신 의무고용인원 2%를 미달하면 부담금을 그만큼 물리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의무고용 조항이 세계화에 걸림돌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라며 끊임없이 반대해왔지만, 의무고용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장애인고용 상황은 얼마나 좋아졌을까. 먼저 장애인 고용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정부는 제도 시행 13년만인 작년 말 고용의무인원을 드디어 달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장애인을 고용하기에 곤란한 직종에 대하여 그만큼 상시 근로자 수를 감산해줌으로써 사실상 장애인 고용의무인원을 낮추어주는 적용제외율이 민간은 24%인 반면, 정부는 68%로 너무 높게 산정돼 있는 모순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부가 장애인을 5%정도 고용했을 때 민간의 2%와 형평에 맞는다. 이렇게 볼 때, 정부의 장애인 고용률은 겨우 1% 정도이다. 민간의 고용률도 낮기는 마찬가지다. 2003년말 현재 1.08%이니 장애인 고용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의 존재의미를 무색하게 한다.
 
여기에 가장 많은 장애인을 고용해야 되는 대기업은 우리를 더욱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지난해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한 '희망 2005 이웃사랑 캠페인’에 삼성이 200억원, 현대차, 기아차, LG가 각각 70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대단한 기업들이다. 그러나 이 기업들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장애인 고용률은 2003년 말 현재 삼성이 0.26%, LG 0.42%, SK 0.38%, 현대자동차 1.61%로 나타났다. 불우이웃들을 위해 사회복지 관련 기부를 가장 많이 한다는 거대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은 거의 꼴등에 가까운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장 많은 기부를 한 것으로 나타난 삼성은 장애인 고용률이 30대 그룹중 29위이다. 상위 5개 그룹의 장애인 고용률은 KT의 2.25%, 현대자동차 1.61%를 제외하면 삼성, LG 모두 0.5%에도 못미치는 최하위인 셈이다. 30대 그룹이 장애인 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지출한 부담금만 2003년에 무려 380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 삼성은 120억원이 넘는 부담금을 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금을 냈으니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담금은 장애인 고용을 강제하기 위한 법률적 수단에 불과하므로 기업은 당연히 장애인 고용을 의무적으로 실현해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의 끊임없는 요구가 수용되어 고용의무제는 더욱 강화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벌써 올해부터 장애인 고용을 하지 않는 기업들에게 부과하는 부담금이 상시근로자 300인에서 200인 이상 기업으로 낮아졌고, 내년부터는 100인으로 더 낮아진다. 나아가 2007년부터는 장애인 고용의무 대상기업이 50인으로 대폭 확대된다. 물론 부담금도 점차 높아질 것이다. 장애인 고용, 더이상 돈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기업이 생각을 바꿔야 할 때이다.
 
아울러 정부도 장애인 고용을 민간에 떠넘기지만 말고 진정으로 솔선수범 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장애인 고용률을 5%로 높이든지, 아니면 적용제외율을 민간수준으로 낮추든지 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 고용을 미달한 정부부처에게 그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라도 민간과 마찬가지로 부담금을 부과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김민수(한신대 겸임교수·사회복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