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사건이 안양에서 발생했다. 지난 2월 정신장애인 등 41명이 생활하고 있던 '바울선교원'이란 사회복지 시설에서 기억에서 빨리 지워버리고 싶은 비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이곳의 생활자로부터 제보를 받고 현장에 가서 확인하여 밝혀진 비리내용은 지금까지 드러났던 시설비리와 너무나도 닮은 꼴이다.
 
원장은 이곳에서 숙식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통장을 모두 거두어 직접 관리 하면서 거액을 횡령하였고, 장애인들의 명의를 빌려 은행과 거래하여 이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장애인들에게 운영 권리가 있는 가판대 등을 팔아먹는가 하면, 교통사고 보험금조차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도처로부터 들어온 후원금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 불분명하다.
 
또한 인권문제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시설 내에서는 폭력과 성폭력이 난무했고, 강제로 성관계까지 맺어야 했다고 한다. 현장을 찾았던 한 국회의원은 “이곳이 동물농장인가?”라고 반문했다 하니 깨지고 부서진 시설의 생활실태는 미리 짐작하고 남을 일이다.
 
국민들은 이처럼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복지 시설의 비리문제가 비단 이곳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전국적 현상임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 하다. 국민들 대다수로부터 존경을 받아왔던 충격의 '꽃동네 오신부 사건'이 기억난다. 전국 최대 사회복지 시설인 성람재단사건, 민간단체들이 폭로한 경기 양평 성실정양원과 충남 연기 은혜기도원의 인권유린 사건 등만 해도 비교적 아주 최근의 일이 아닌가. 복지로 인해 기쁨이 넘쳐나야 하는 이런 곳에서 자꾸 비리가 나오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부끄럽게도 왜 이런 일이 이렇게 자꾸 발생하는 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근본적으로는 사회복지를 국가가 외면해온 결과이다. 해방이후 전쟁을 겪었던 우리로서는 줄곧 먹고사는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경제우선의 성장주의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급속한 산업화는 장애, 빈민, 핵가족, 육아, 고령 등 수많은 문제를 양산했으나 국가는 여전히 개발만을 주장하며 복지는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해왔던 것이다. 설령 성장이 만족할 만큼 했다 해도 복지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둘째는 복지를 민간의 책임으로 떠넘겨온 결과이다. 복지는 봉사활동이자 자선활동이니 국가보다는 민간이 스스로 앞장서서 하라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그 관리감독의 권한이 있는 정부는 국가가 하지 못하는 일을 민간이 해주고 있다는 판단에, 비리가 일어나도 바로잡으려 하기보다 오히려 비호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번 바울선교원 사건도 공무원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했다면 적어도 이런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주무관청은 이곳에 몇 명이 입소하여 생활하고 있는지 조차 엉터리로 알고 있었다 하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사에 의하면 전국에 미신고 시설은 모두 1천여개나 되며 약 2만여명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더라도 한번 점검해봐야 할 일이 아닌가.
 
노무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 우선, 예산을 현재 10% 수준에서 최소 20% 이상으로 끌어올려 국가와 민간이 협력하는 관계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입소시설보다는 공동생활가정(group home)처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생활 서비스공간이 확대되어야 한다. 시설 양성화정책으로 복지를 민간에 떠넘기기보다는 비리청산과 인권유린을 예방하기 위해 시설운영에 대한 법률도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사회복지의 대대적인 궤도수정을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김민수(한신대 사회복지대학원 외래교수/사회복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