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에 대한 비전이 구체화돼야한다. 지구적 시장경제체제는 국가간, 민족간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세계 경제를 단일 경제체제로 급속히 재편시켜 나가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논리는 민족주의와 국민 국가를 넘어서서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윤의 극대화와 지속적인 경제의 안정화를 꾀한다. 그렇다면 세계화는 국민 국가와 민족을 해체하게 되는 것인가. 국가와 민족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한국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발전하려고 할 때 바뀌어져야 할 인식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한국사회의 민족주의 개념 도입은 일제시대부터이다. 한국사회는 국가와 민족을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민족이란 개념의 본격적인 등장은 1905년 을사조약, 1907년 군대해산 및 고종의 양위를 전후한 때이다. 특히 1910년 대한제국의 소멸과 식민지화를 계기로 민족 개념이 전면화되어 국가를 대신하거나 국가와 동일시되었다. 조선시대의 한국의 국가 주체는 왕조였다. 그러나 왕조가 멸망하자 민족의 개념을 내세워 독립을 모색하였다. 민족주의는 제국주의와 구분되어 약소민족의 자결권을 주장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전통적 의미의 국가는 혈연 중심의 동일언어, 동일문화를 강조하며 정체성을 유지한다. 즉 통치권이 미치는 중앙정부를 갖춘 국가를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족주의는 민족에 기반을 둔 국가를 형성하는 것을 최고의 정책 원리로 둔다. 민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민족주의는 일정 시기가 지나면 필연적으로 제국주의적 혹은 억압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약소국에서는 민족자결을 위한 민족주의 중심을 이루고, 강대국은 소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 논리로 국가주의가 강세를 보인다.
 
이제 한국 사회가 발전하려면 ‘새로운 국민국가 형성’에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민족 중심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팽창적 민족주의 분쟁의 인류평화 형성에 걸림돌이 된다. 아울러 지배 수단으로서 국가의 통일과 단결을 내세워 권력을 중앙 집중화 하고자 민족주의를 활용한다. 특히 냉전 시기의 정치, 군사적 논리는 후퇴하고 경제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초국적 기업과 금융의 지배의 팽창을 통한 구조조정의 전략은 많은 실업과 이주노동자를 양산한다.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나라에서의 민족주의적 배타성은 약자들의 억압과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된다. 한국 사회가 발전하려면 이러한 편견과 차별을 뛰어넘어야 한다. 즉 한국 사회가 발전하려면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다문화 사회가 반드시 다민족 사회를 의미하지 않는다. 국경없는 시대를 맞아 차이의 존중, 다양성의 존중,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새로운 국민 국가를 형성하기 위한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에는 몇 가지 인식의 전환이 요청된다. 첫째 민족적 출신이 다르지만 ‘이주노동자도 대한민국 국가의 한 구성원'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족이 곧 국가는 아니다. 한국사회는 이주노동자를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받아 안아야 한다. 둘째로 ‘이주노동자도 국가 이익의 주역’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다. 이주노동자는 국가 이익을 위한 희생 수단이 아니다. 이주노동자 장기 체류 숙련공 이주노동자에게 영주권을 허용해야한다. 셋째, 한국의 문화발전이 필요하다. 한국문화가 발전하려면 다문화 사회로 가야한다. 다문화 사회가 한민족 문화를 해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문화 사회의 허용은 오히려 한민족 문화의 창조적 계승발전의 동기가 될 것이다. /박천응(목사·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