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들의 생활을 자세히 바라보면 먹고, 입는 것이 이웃과 크게 차이나지 않고 비슷하다. 왜 비슷해졌을까. 아마 우리들이 대형유통업체에서 주로 쇼핑하기 때문은 아닐까. 요즘 소비자들의 중요한 생활파트너 중의 하나는 바로 대형유통업체다. 전국체인망을 가진 대형유통업체는 중소도시 곳곳에까지 확장되고 있어 소비자들은 전국 어디를 가든지 별 불편함 없이 쇼핑하며 계산대에 서게 된다. 바로 그때 소비자들이 듣는 안내말은 “봉투 사용하시겠습니까” 이때 봉투를 사용하겠다는 소비자는 당연스레 비닐봉투 값 50원을 지불하게 된다. 1회용 비닐봉투를 이용할 경우 소비자는 50원을 왜 지불하게 된 걸까.

　1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위해 지난 2002년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대규모점포(대형유통업체, 백화점 등)에서 소비자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던 1회용 비닐 쇼핑봉투 값을 유료화하였다. 이로 인해 대형유통매점에서 쇼핑 비닐봉투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50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고, 대형유통업체는 스스로 1회용 비닐봉투 및 쇼핑봉투 사용 줄이기 자율실천선언을 하였다. 선언의 주요내용은 1회용 비닐봉투를 50원에 판매하되, 사용했던 비닐봉투를 고객이 되가져올 경우에는 50원을 환불하고, 봉투판매대금은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며, 전액 환경관련 단체에 지원 등 환경보전에 사용하거나 소비자에게 환원한다는 것이었다. 또 일반국민들의 장바구니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장바구니 사용 고객에 대해서는 현금할인, 쿠폰제공, 마일리지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하고, 한편 재활용 박스제공, 자율 포장대 설치 등의 편의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알아야 할 점은 1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장바구니를 이용할 경우 소비자들은 그들의 환경보전실천행동에 대해 칭찬(인센티브)을 받기로 약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통유통업체 스스로 환경부와 소비자에게 한 사회적약속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안산의 경우 대형유통업체 자율실천선언에 참여한 업체 7곳 중 장바구니인센티브 약속을 이행하는 업체는 3곳에 불과하다. 물론 봉투 판매금액을 안산지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기금으로 환원하는 업체는 한 군데도 없다. 이것은 안산만의 현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형유통업체 지점에서는 장바구니 인센티브 이행과 지역에서 판매된 쇼핑봉투 판매대금의 이용에 대한 권한이 없다는 것이 각 지점 관리자의 의견이다.

　1회용품 줄이기를 위한 대형유통업체의 자율실천선언은 누가 보더라도 기업의 선진적인 사회적 약속이었다. 따라서 1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만 부담해야 하는 제도에 대해 아무런 이의 없이 진행되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자율실천선언 후 지난 3년을 보면 소비자들은 1회용 비닐봉투 사용보다는 장바구니와 자율포장대를 이용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의 1회용 비닐봉투 제작비율은 제한조건 없이 계속 증가되고 있어 1회용품사용을 줄이겠다는 법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 지고 있다. 더욱이 소비자가 잠깐 맡긴 1회용 비닐봉투 판매대금이 환경을 위한 공익기금보다는 유통업체가 장바구니를 제작, 배포 하는 등의 홍보 마켓팅비로 사용되는 것은 이 법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케한다. 1회용품을 왜 줄여야 하는지, 누가 먼저 실천해야 하는지는 더 이상 이야기 할 필요도 없이 명백하다. 지난 3년 동안 자율실천선언하에 유명무실하게 진행되어 온 장바구니 인센티브와 판매대금의 환경기금으로 환원의 약속! 이제는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에게만 전가되었던 사회적 책임이 생산, 유통단계에서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는 제도적 보완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장바구니를 이용하며 녹색살림을 실천하는 녹색소비자들은 당당하게 자기행동에 대한 칭찬을 더욱 많이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녹색미래세대를 위해 한걸음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유미화 (안산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