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역 1천300만을 대표하는 지역방송국이 전파 발사를 중단한지 어느새 10개월, 경인지역의 주민으로 볼 권리를 박탈당한데 대한 분노는 지역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새방송 설립을 준비하는 것으로 달랠 수 있었다. 이는 350여 시민사회단체가 창사준비위원회를 꾸리며 사업자 공모를 눈앞에 두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었다. 물론 물질적 어려움과 심리적 공황을 극복해가며 새방송 설립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전 경인방송 노조(희망조합)의 결집된 힘과 치열함이 없었다면 이 또한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경인지역에 세워질 새방송, 그 실체가 민영방송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동기의 순수성을 자산으로 삼는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하여 힘을 보태는 데는 그 이유가 있었다. 재허가 추천 거부에 이어 정파사태라는 한국방송역사상 초유의 일이 경인지역에서 일어난 것에 대한 허탈감과 구겨진 자존심, 이를 가장 이상적인 방송을 설립하는 것으로 다시 세워보려는 그런 순진함이랄까. 모든 것이 자본의 힘 앞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공익이란 명제를 끝까지 지킬 방송이 과연 있을까’라는 의혹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일을 한국방송의 역사를 다시 쓰는 기분으로 덤벼드는 것도 시민사회단체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 아닌가. 그래서 흡족하지는 않지만 1만5천여 명의 발기인과 25억여원이라는 한국방송역사상 초유의 일을 해내고 만 것이다.
이런 성과들과 의도하는 바는 이미 현업인들과 전문가들의 검증과 지지를 받은 바 있다. 하여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창사준비위원회에서 심혈을 기울여 염두에 둔 부분은 다름 아닌 ‘자본’의 구조였다. 이른바 ‘공익적 민간자본’이다. 이는 정파사태까지 몰고 온 부도덕한 자본에 대한 뼈아픈 성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간파한 몇몇 공익적 자본군들이 나름대로의 사업성을 토대로 수개월 전부터 준비를 해왔던 터다.
이러한 과정과 정황을 모를 리 없는 방송위원회에서 지난 19일, ‘경인지역 지상파방송사업자 선정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에서 공익적 민간자본이라고 규정한 자본군을 제외시키려는 듯한 선정방안이 발표됐다. 이를 두고 1997년 2차 민방의 선정규정을 들지만 설득력이 없다. 종교적인 목적에서 출발하였지만 종합방송사 체계를 갖춘 대한민국 최초의 민영방송이라는 역사성과 위상에 걸 맞는 행보를 보여 왔던 CBS의 반발을 이해할 만하다. 이미 70~80년대의 혹독한 군사독재시절을 거치면서 방송 철학에 대한 검증도 받은 상태다. 이를 종교법인이나 단체로 보는 시각은 방송인으로 무지의 소산이다. 아직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그간 보여준 방송위원회의 소극적인 행보를 기억하는 활동가들에겐 상당한 오해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발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그동안 경영상의 난제를 이유로 경인지역의 새방송의 필요성에 의혹을 제기해왔던 터다. 이를 두고 수도권 제2민방 설립과 문광부의 외주전문채널에 대한 집착이 어우러지면서 방송위의 행보는 제대로 된 민영방송의 토대를 만들어보려는 시민사회단체의 지탄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여, 한 달여 남은 기간을 앞두고, 아예 사업자 선정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방송법에도 없는 근거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선정방안을 제시한 이유가 도대체 뭔가? 이제 발표된 안에 대하여 되돌릴 수 없다면, 방송위는 상투적인 변명 말고 CBS가 건설업자보다 못한 이유를 대야 한다. 이는 단순히 CBS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에 휘둘려 방송의 사명을 외면하는 현실 속에서 방송 주권과 시청자들의 주권을 찾으려는 현업인들과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주권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걸 찾아주는 게 방송위원회의 존재이유이다. /이주현(경기민주언론운동시민엽합 사무처장)
방송위원회에 대한 유감
입력 2005-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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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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