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새벽, 대추리 행정대집행 강행과 관련 평택미군기지 확장 이전 문제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절차와 대중의 참여로 당선된 대통령, '미국에게 할 말을 하겠다'던 대통령과 그 정권에서 이뤄지는 일이라 한동안 정신적 공황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미 사망자까지 나왔던 작년 여의도 농민대회를 통해 속은 상해있었지만 이번 대추리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보여준 국가권력의 비민주성과 반민중성은 참기 힘든 모습들이었습니다.
이를 보도하는 수구언론의 태도 또한 너절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권력 추종'이라는 의제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이 땅의 수구세력들을 대변이라도 하듯, 미국이라는 현존하는 신화적 권력에 추종하며 설정한 의제는 분노를 넘어 순수하게 땅을 지키고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에게 슬픔을 안겨줬습니다. 수구언론들이 설정한 의제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주민들과 외부세력과의 분리였고, 또 하나는 엄청난(?) 보상비 발표로 주민들의 순수한 의도를 왜곡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4일 작전명 '여명의 황새울'보도를 통해 “한미동맹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과 “(시위대에) 얻어 맞더라도 절대로 대응하지 말라”는 국방부의 발표만을 보도한 것과 “대추리보상금 평균 5억3천만원”보도가 바로 그 것입니다.
주민들과 반미세력들과의 분리작전은 국방부와 수구언론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였고, 폭력적인 대추리 행정대집행의 빌미가 됐습니다. 수구언론과 수구세력들이 말하는 이 땅에서의 반미는 대세를 거스르는 반역적인 행위일 터입니다. 북한에 대한 냉전적인 시각과 전쟁에서 피흘려준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그들의 정신적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엄청난 땅을 미군기지로 제공해야 하는지는 관심 밖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의미하는 바나 중국의 반발 따위는 안중에 있을 턱이 없습니다. 5억원이 넘는 평균 보상비는 대추리에서 대대로 농사를 짓던 분들에게는 의미가 없습니다. 1942년과 1952년, 일본군과 미군에 의해 내쫓긴 경험과 맨손으로 개간해낸 농토에 대한 애착을 돈으로 환산하려는 반생명적이고 빈약한 역사적 인식으로는 그들이 그토록 그 땅을 지키려는 이유를 알 턱이 없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국책사업이라는 것과, 기각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들이대며 토끼몰이 하듯이 주민들을 쫓아내는 일을 옹호하는 것은 언론이 할 짓이 아닙니다. 그들을 향해 총을 쏘라는 얼빠진 사람들과 본질적으로 같은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들을 향해 총을 쏠 수 있습니까? 그럴리야 없겠지만 그들을 향해 총을 쏠 수 있다면 이는 본질적으로 5·18 광주항쟁과 같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나마 실질적인 대화를 촉구하고 대추리 주민들과 범대위 활동가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은 희망적입니다. 대한민국의 흥망으로까지 격상시킨 한미FTA에 목을 매며, “고난의 역사가 반복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밤을 지새운다는 대통령의 고뇌를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차원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걱정하는 무리들을 곤봉으로 패며 그 외침을 묵살할 필요는 없습니다. 좀 더디더라도 맨손으로 철조망을 붙들고 울부짖는 그 소리에 귀기울이며 가도 그렇게 늦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모순된 지역인 한반도, 그 가운데 모순덩어리로 방치된 평택미군기지 확장지역 그리고 대추리, 그들의 외침을 근세기 들어 한 번도 제대로 된 주권 행사를 못해본 대한민국 국민들의 한 맺힌 외침으로 보면 안 될까요? 그래서 말입니다. 때려도 좀 살살 때리시길 바랍니다. 제 땅에다 농사짓겠다고 난린데 왜 막습니까? 까짓것 농사도 짓게 하면서 시간 끌다가 어떤 놈이든 제풀에 넘어가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될까요?
/이 주 현(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대추리투쟁, 민주주의의 진전
입력 2006-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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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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