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단순하게 표현하면 '자진신고, 합법화 등록, 강제출국'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안은 표현만큼 단순하지 않다.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불법체류외국인 합법화 등록을 실시, 11월16일부터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해 국무조정실에 13개 부처 국장급으로 '특별대책반'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취업확인 등록마감을 나흘 앞둔 27일 현재 등록을 마친 외국인노동자는 추산 대상자 22만7천여명 중 절반을 넘어섰는데, 정부는 내심 80% 이상의 등록률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취업확인서를 발급받은 외국인노동자들은 100m 이상 줄을 서가며 마지막 통과절차를 위해 밤을 새우는 진풍경(?)도 법무부의 등록률에 대한 욕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실 정부는 지난 7월31일 고용허가제 법안이 통과되고 내년 8월 본격시행을 위해 국내에 체류하는 불법체류외국인을 최대한 정리하겠다는 의도를 다분히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하락했던 정부정책 신뢰도와 국제적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외국인노동자들이 등록을 할 것인지도 예측하기 힘들거니와 고용허가제의 성패를 단순한 수치로 따지기에는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있다. 그 변수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지난 10년간 17차례에 걸친 사면조치와 단속을 통해 해결하지 못했던 근본문제에 다시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정부정책 신뢰도와 대외 이미지에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어 걱정스럽기 그지 없다.

일단 통계조차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4년 이상 자진출국대상자의 수치이다. 적게 잡아도 8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상당수가 국내에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등록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취업을 하지 못해 선등록을 한 사람들의 취업확인도 불안하다. 지금도 노동부에 구인신청을 한 사업주들로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상당수가 취업을 못해 불법체류외국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10만여명 이상의 불법체류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예측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일단 등록을 마친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변수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이다. 국내 제조업체가 불안정하듯 그곳에 취업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신변도 불안하다. 언제 사업장 이동의 사유가 발생할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불가피한 상황 발생시 별도의 절차를 밟으라고 하지만 안이한 발상이다.

다시 말해 현재 등록대상이 아닌 4년 이상 불법체류외국인 문제와 사업장 이동의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고용허가제의 앞날은 험난할 것이다. 정부는 4년 이상된 사람들에게 입국시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하지만, 이른바 '정주화' 명목으로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태세다. 강제추방조치를 한다고 해도 단속대상인원, 수용시설, 출국 항공권 확보 등을 따지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정부는 최근 수용시설을 증설해 6천여명을 일시에 수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설사 1달에 6천여명씩 내보낸다 해도 16개월이 걸리고, 모든 여건을 감안, 1천여명씩 출국시에 총 150개월이 소요된다. 그 기간동안 새로운 불법체류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따라서 정부는 4년 이상된 외국인노동자들의 강제출국정책을 중지하고, 그들 마음속의 억울함과 불공평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부여해 최대한 합법화시키고 순리적으로 출국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외국인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설명은 정부가 불법체류자 양산을 방치하는 꼴이다. 법을 고쳐서라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윤재훈(수원외국인노동자쉼터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