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취업이 되나요?” 민원전화를 받으면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예전에 비해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매우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은 보호의 대상이며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소외계층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직업생활을 하는 장애인은 특별한 사례로 간주될 뿐 장애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문 것이 현실이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필자가 하는 일은 '장애인 직업능력평가'이다. 구직자의 욕구 수준을 바탕으로 신체적, 심리적, 작업적인 기능을 평가하여 파악된 직업적 장단점을 토대로 하여 구직 가능한 직종을 제안하거나 당장 구직이 어려운 경우 다른 직업재활서비스로의 연계를 모색한다.
 
그러나 실제로 평가에 의뢰되는 구직자는 적절한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중증장애인들이다. 평가 후 구직자나 보호자들에게 평가 결과를 전달하면 “돈은 안벌어도 좋으니 일을 하게 해달라”며 사정하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당신이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느냐” “공단이 나랏돈 축내면서 하는 일이 무엇이냐”며 비난을 하는 경우도 많다. 가끔은 서운하거나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장애인을 자식이나 형제로 둔 가족으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기에 그들의 심정을 공감하게 된다.
 
장애인이 일을 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게 아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대중교통체계, 장애인 편의 시설 미비, 장애 관련 전문 의료서비스의 부족 등 장애인으로 살아가기 조차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장애인이 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견은 장애유형에 관한 인식부족에서 비롯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장애인이라고 하면 중증 뇌성마비장애인이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 아니면 중증 정신지체인이나 다운증후군 그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15개의 장애유형이 있으며 그 유형이 신체, 정신, 내부장기와 관련된 장애 등으로 세분화 되어 있음을 안다면 아마 놀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또한 후천적 장애가 차지하는 비율이 선천적 장애의 8배 이상 된다는 사실도 아는 사람이 드물다.
 
장애인 개개인의 장애수용여부나 진로설정의 부재도 취업을 어렵게 한다. 최근 자주 만나는 구직자들은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 재학 중인 정신지체 고등부 3학년 학생들이다. 정신지체장애인들이란 인지적 기능이 일반인 보다 저하되어 있어 사회적 활동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으며 장애가 중증인 경우 개인 신변처리조차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수행가능하다. 당사자나 부모는 구체적 진로계획 없이 집에서 하루 종일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하면서 수년간을 지내거나, 일부 진학을 하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여 자퇴하거나 교과과정을 이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적 낭비도 문제지만 일상 생활에 필요한 경비를 무조건적으로 부모나 보호자에게 의존하여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나태하고 무계획적인 생활이 오래 될수록 구직상황에 있어서 입직에 실패하는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물론 장애인들이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취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공단이나 관련 기관들을 통해 취업을 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통의 구직관련 문의전화가 걸려오며 취업 희망 장애인이 지사에 알선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인 구조개선이나 인식개선 등의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사항은 국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인식개선 홍보 등을 통해 개선되어야한다. 장애수용여부나 진로 설정 또한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하기보다 장애에 대한 이해와 배려, 직업과 관련된 기술교육의 기회 확대와 같은 활동들을 통해 보다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이 선행된다면 아마도 ‘장애인인데 일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문의 보다는 ‘장애인이라서 일할 수 있습니다’라는 민원전화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황주리(장애인고용촉진공단 경기지사 직업평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