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필자가 다니는 학내는 시끄러웠다. 흔히 있을 법한 등록금 동결투쟁이나 학생복지에 관한 사항은 아니었기에 더 이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소식과 교우의 자살소식이었다. 물론 두 사건의 성격은 판이했으나 나와 더불어 다른 교우들에게도 충격적이었음에는 틀림없었다.
자살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그렇다면 자살자들은 왜 이러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평소 장난끼 심한 필자의 호기심도 사뭇 진지해지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필자의 호기심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고 자살자에 대해 야유나 질책을 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최후의 방법론에 대한 회유와 그들에 대한 관심과 인식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통계적으로 국내 자살자는 연간 1만932명으로 평균 48분마다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수치임에도 이에 비해 우리의 관심은 낮은 편인 듯하다. 자살이 사망 원인의 5위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2008년까지 정신보건센터를 현재보다 140곳 더 늘리고 아동청소년 정신보건사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돈이 없어서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치료비도 지원키로 했다. 또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10일), 생명존중을 위한 국민수칙 선포, 우울증 치료에 대한 공익광고와 우울증 무료상담과 자살예방을 위한 홍보책자를 보급하는 등 정부차원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들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우리들의 관심이 필수 불가결한듯 싶다. 사회 제도적 측면은 자살에 대한 관심 유도의 계기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사람 한사람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완전한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다.
자살의 이유중 약 70%가 우울증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의 이유도 많은 궁금증을 안은 채 우울증 때문이라고 결론 내려졌다. 정말 그런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당사자만이 알 것이다. 이유가 어떤 것이건 간에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은주씨의 자살 이후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 때문에 자살률은 증가했다. 결코 자살은 유행이 아니다. 자각하고 반성해야한다.
우리는 자살했다고 슬퍼하고 자살자들을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개개인들로부터의 자살에 대한 인식변화와 자살을 사전에 막을 수 있게 그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어야 함은 자명하다.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만 한다. 물론 제도적 대책마련과 더불어서 말이다. 만약 우리가 먼저 관심을 보여주고 그 사람의 존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다면 자살로 인해 우리가 슬퍼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누구나 할 수 있을 식상한 얘기를 지금 필자는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허나 이러한 필자의 식상한 외침이 자살에 대해 무관심했던 이들과 자살을 시도하려는 이들에게 다시 한번 자극이 되었으면 한다.
자살은 한번의 실행으로 목숨을 버릴 수 있는 무서운 선택이다. 또한 자살자뿐만 아니라 그 주위 사람들의 행복의 끈까지 끊어 놓는 이중적 살인행위이다. 단순히 한사람의 죽음에서 끝나지 않고 그 유족들을 엄청난 고통의 사슬로 묶어놓는 행위이다.
누구나 신생아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상과 첫 대면을 하는 행복의 그 외침은 아주 경쾌하다. 생명의 경이로움, 소중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아직 세상에서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많다. /조중연(인하대 소년소녀가장결연동아리 '나무' 회장)
자살…그에 대한 식상한 외침
입력 2005-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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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3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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