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사상 유래 없는 출판물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대형서점에는 장르를 불문하고 범람하는 서적들이 산을 이루고 있지만 이중 상당 부분의 도서들이 독자들을 만나지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가 이름도 빛도 없이 휴지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 출판계의 현실이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멀티미디어를 통하여 보다 저렴한 비용과 다양한 정보를 수집, 공유할 수 있는 이점으로 소형서점은 물론 대형서점까지 문을 닫고 있는 이때, 당대 최고의 권력자를 소재로 하여 국정홍보처에서 '노무현 따라잡기'라는 신간을 내 놓았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노무현 따라잡기'는 2005년 업무보고 회의록에서 발췌한 대통령의 발언들을 모아 이례적으로 한권의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초기부터 일명 돈키호테식의 여과 없는 말과 행동이 탄핵으로 이어졌고 최고의 권력자에게 상실된 최하의 권위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렸다고 자초하면서도 권위주의 대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통령으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라왔다. 참여정부의 후반기를 맞아 ‘투명한 정보 공개'에 대한 국민적 요청에 부응하는 일환으로 대통령이 의도하는 노 대통령식의 목소리의 진실을 국민에게 바르게 전달하기 위하여 기획한 이 책은 민족의 위인이나 시대의 유명인이 한 말을 모은 '어록집'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정홍보처의 의도대로라면 이 책을 통하여 국정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대통령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과 중심 생각을 알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국정홍보처의 선전만큼 국민들로부터 관심과 호평을 받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것은 노대통령의 취임 후 계속되는 망언이 권위라는 주가의 대폭락을 낳았다고 한다면 난발하는 실책은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하였다고 혹자들은 말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대통령 자신이 권위를 벗었다고 해서 권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 대부분 자신들이 뽐은 대통령의 권위를 지켜주는 대신에 권력의 영향으로부터 발전, 보호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국민들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하고 국민 앞에 나서길 두려워해야 함에도 그동안 국민들 앞에 자주 등장하여 자극적인 말을 많이 남기는 반면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 신뢰를 잃을 정도로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일각에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며 대통령이 보톡스 수술과 심지어 쌍꺼풀 성형수술까지 했다는 질타의 목소리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얼굴을 고친다고 해서 여러번 실추를 거듭한 권력자의 찌그러진 얼굴은 국민들에게 성형 실패한 중년 연기자처럼 가식적이고 어색하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무현 따라잡기'는 대통령의 의지를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이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실책에 불과하다. 지친 국민들은 대통령의 생각은 따라잡을 대상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에 대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지나 않는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권력자로 탈바꿈할 수 있다면 출판계의 홍수를 맞고 있는 오늘날 '노무현 따라잡기'식의 '대통령 어록집'이 없더라도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대통령의 생각을 이해하고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대통령의 어록집은 민족적 위인의 말이 아니라 시대적 명사의 허튼 소리, 즉 오록(誤錄)을 기록한 책으로 머지않아 출판물의 홍수에 떠밀려 휴지로 변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권성훈(시인)
'노무현 따라잡기' 어록인가
입력 2005-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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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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