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하룻동안 우리나라 전체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엘리베이터 없는 30층 건물, 전기 없는 컴퓨터, 전철 없는 출근길, 모든 시스템이 마비된 회사 등등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아마도 우리나라는 엄청난 재난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이렇듯 전기는 없으면 생활이 마비될 정도인데도 그 중요함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특히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생산은 화력발전 및 원자력발전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화력발전은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그 열을 이용하는 발전방식인데 연료의 지역편중 및 매장량의 한계 등으로 연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고유가는 발전단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어 비경제적이다. 이에 비해 원자력발전은 가장 경제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20기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전체 전기의 40%이상을 생산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불신을 받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에 근무하는 한 사람으로서 안전성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가장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우리의 목숨을 담보로 직장에 근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에는 노동자가 7천명,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수 만명의 노동자가 근무하면서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을 몸으로 입증하고 있다. 현대 과학으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고에 대한 안전장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관리 또한 안전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사랑하는 가족을 데리고 발전소 주변에서 살 수가 있겠는가.

 어떤 재화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지불해야만 한다. 전기도 마찬가지이다. 전기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 또한 우리가 지불해야만 하는 대가인 것이다.

 현재 추진중인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생산과정 중에 배출되는 중저준위 폐기물을 관리하는 시설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되는 방사선 폐기물은 크게 고준위와 중저준위 폐기물 두가지로 분류된다. 고준위 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에 사용된 연료를 말하는데 국가정책(재활용/영구처분) 결정시까지 원자력발전소에서 임시 저장한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소 내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사용된 작업복, 장갑, 덧신, 걸레 등과 기기교체 부품 등으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임시 보관한다.

 이번에 건설되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은 현재 원자력발전소에 임시보관 중인 중저준위 폐기물을 관리하는 시설로 시설 그 자체만으론 커다란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수거물이 방사선에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만 철저히 한다면 그 위험성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은 원자력발전소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 단지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국가의 중추적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을 포기해야만 하겠는가. 실증되지 않은 대체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어떤 재화를 얻음에 있어 최선이 불가능할 때 차선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기에너지를 얻는 최선의 길은 친환경적이고 재생 가능한 것. 그러나 이것이 현실적이지 못할 땐 차선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 차선책이 바로 현대 과학으로 입증된 원자력발전이다.

 우리가 국가 에너지원으로 원자력발전을 선택한 이상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은 우리의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됐다. 소모적인 원전수거물센터의 타당성을 따지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건설해 운영할 것인가에 논의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
/배 상 용(한국수력원자력(주) 발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