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카세트 테이프가 제일 보편적인 음악의 매개 수단이었다. 레코드 판은 다소 비싼데다가 휴대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테이프를 사서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곤 했다. 이 당시만 해도 친구들의 생일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을때 공테이프를 하나 준비해서 가수들의 히트곡을 선별, 더블데크로 녹음해 선물해도 크게 욕먹지 않는 시절이었다.
물론 이런 행위는 엄밀히 따지자면 오늘날의 저작권 위반에 해당되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상업적 목적이 아니었고 아날로그 테이프는 복사를 하면 음질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애교로 넘어갈 수도 있지 않나 싶다. 게다가 나름대로 시간과 노력이 엄청 드는 일이기 때문에 자주 할 수도 없었다.
얼마전 어느 작곡가가 “도대체 이 나라에서는 음악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서 본 적이 있다. 글을 찬찬히 살펴보니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음반 저작권에 대한 네티즌들의 '무지'와 '무시'였다. 그 글에 대한 여러 네티즌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혹자는 '인터넷의 공유정신'을 들면서 좋은 걸 공유하자는 게 뭐가 나쁘냐는 논리를 펴기도 했고, “음악하는 사람들이 댄스곡만 만들어 내니까 사서 듣는 사람이 없지 않냐”고 맹렬히 공격하는 사람도 있었다.
문제가 된 글을 제기한 작곡가는 조목조목 자신의 주장을 이끌어 갔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네티즌들이 너도나도 MP3 공유를 하다보니 당연히 음반판매량이 줄어든다. ▲음반판매량이 줄어드니 당연히 작곡가들의 인세도 줄어든다. ▲인세가 줄어드니 순수하게 음악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생업을 위해 다른 일을 부가적으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작곡가들이 창작활동을 하기 점점 힘들어지니 음반 기획사에서는 기존의 히트곡을 리메이크 하거나 이쁘고 잘 생긴 댄수가수들을 양산한다. 참고로 리메이크 앨범을 내면 음반기획사에서 해당 작곡가에게 굳이 작곡료를 주지 않아도 되며 저작권 협회에 일정 음원 사용료만 내면 된다고 했다.
거기에 그는 최근 규모가 커진 개인 미니홈피의 배경음악과 벨소리 시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예를 들어 사이버 음원에 대해 개인이 500원을 지불해서 음원을 구입하면 이동통신사와 기타 단체가 거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정작 작곡가에게는 10원정도의 인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글들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함을 느꼈다. 필자 자신부터 무척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리 공유를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논리가 정연해도 그건 그들만의 궤변이라고 느껴졌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노력하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고 영업을 하고 창작 활동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신조는 음악인들에게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MP3와 MP3플레이어의 생산기술 발달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그 덕택에 우리는 그 무거운 '워크맨'을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고 테이프가 늘어날까봐 전전긍긍하지 않게 되었다. 또 인터넷을 통해서 듣고 싶은 노래들을 친구와 함께 들을 수도 있다. 반면에, 제작자가 죽어라하고 만든 음원들을 소비자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다운받아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선심을 쓰면서 여러사람에게로 배포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를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저작권에 관한한 한국은 후진국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한국의 저작권 위반 현실을 지적하며 한국어 윈도 제작 및 판매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공언한 것은 더이상 장난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인터넷 강국'만 외치지 말고 '저작권 보호의 강국'이라고 외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정 연 숙 (나래어린이집 교사)
저작권 보호 후진국 '그늘'
입력 2005-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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