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발전하고 사회의 변화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우리의 식습관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된장, 청국장 같은 각종 장류와 김치, 젓갈 등 저장·발효식품 위주의 식단에서 햄버거나 피자, 스파게티 등 '가공 식품' '패스트 푸드' 중심의 서구화 식단으로 점차 자리를 옮아가고 있다.
이러한 식습관의 변화는 기성세대들보다 아이들에게 더욱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과거에 비해 아이들의 키와 체중은 커졌지만 소아비만이나 당뇨병과 같이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성인 질환의 유병률이 증가되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이런 이유로 분당 서울대병원 영양 교육실을 방문하는 아이들의 식사습관을 조사해보면 대부분이 가공 식품을 과잉 섭취하여 영양상의 불균형이 초래된 경우다.
얼마전 학생 A군이 병원을 찾았다. A군은 정기적인 신체검사에서 '비만' 판정을 받았고 혈액검사에서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간 기능 검사에서도 간효소 수치가 각각 상승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A군은 합병증이 동반된 '소아 비만'으로 최종 진단을 받고 지속적인 영양상담을 받아야 했다.

우선 A군이 그동안 어떤 음식을 먹어 왔는지 '식사 일기'를 작성했다. 식사 일기에 따르면 일단 A군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 아침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등교를 했다. 그러다보니 당장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쉬는 시간마다 매점에서 파이, 빵, 초코 우유 등을 습관적으로 사먹었다. 하교길에도 친구들과 인근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먹었고 학원에서도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끊임없는 군것질이 이어졌다. 저녁 늦게 집에 도착해서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소시지와 포장 김 등 인스턴트 음식이 다량 포함된 식사를 했다.
식사일기에서도 나타나듯 A군의 식단에는 빵과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수 그리고 소시지, 포장 김 등 각종 가공식품이 포함돼 있다. A군은 또 학교 급식에서 제공되는 나물은 입맛에 맞지 않아 전혀 먹지 않았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이처럼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햄버거, 피자,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각종 가공식품을 쉽게 접하게 된다.

가공식품은 조리하기 간편하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준치 이상의 식품 첨가물과 방부제가 함유되어 있어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아니라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등의 정신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가공식품보다는 부모의 사랑이 듬뿍 담긴 직접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올바른 식습관을 가질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방부제가 다량 포함된 가공음식 보다는 천연 곡물과 신선한 채소로 만들어진 '전통 간식'을 먹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간단하기로는 통감자나 고구마, 단호박, 누룽지 등을 이용한 '간편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손쉽고 알차다.

또 과자류나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대신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과일을 이용하거나 오곡미숫가루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신선한 야채를 이용한 각종 샐러드도 훌륭한 간식이 된다.
우리집 밥상을 가공식품으로부터 멀어지게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이는 음식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손이 많이 가고 다소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했을때 우리 아이와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어쩌면 건강한 식단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손쉽게 건강을 지키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박 영 미(분당 서울대병원 영양사)